'컬처프로젝트 20 5 Nights II' (13건)


‘#5Nights’ ‘#오밤’ ‘#컬처프로젝트’… 공연이 끝날 때마다 SNS에는 팬들의 사진과 영상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현장감 넘치는 키워드는 따로 있다. 매서운 한파도 몰아낸 불타는 밤들. 각 Night 별 잊지 못할 순간들을 해시태그로 살펴봤다.



#일렉떼창 – Night 1. Zedd


일렉트로닉 뮤직에서도 떼창이 가능할까? 그렇다. 제드를 영접한 팬들은 이미 일렉트로닉에 최적화된 떼창을 시전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Stay The Night’, ‘Clarity’, ‘I Want You To Know’, ‘Find You’, ‘Spectrum’의 멜로디 부분에서 관객들의 목소리는 여지 없이 하나가 됐다. 제드의 히트곡 대부분이 보컬 파트를 포함하기 때문이라고? 글쎄. ‘Beautiful Now’에서 가사 부분보다 더 큰 떼창이 터져 나왔던 건 비트에 정확히 맞춘 “빠빠빠빠 빠빠빠” 였다. 이쯤 되면 ‘일렉떼창’이란 신조어가 생길 법도 하다.   




#KoreaSong – Night 2. Nate Ruess


“한국에 안 가면 일본 공연도 가지 않을 거라 했다”며 환하게 웃는 네이트 루스. ‘친한’ 아티스트로 손꼽히는 네이트 루스의 한국 사랑은 빈말이 아닌데 “은퇴를 하더라도 한국에선 꼭 공연하겠다”고 인터뷰한 적도 있을 정도다. 그는 지난 내한부터 아예 “Korea~”가 반복되는 ‘코리아 송’을 만들어 버렸다. Night 2에서는 ‘코리아송’이 총 2회나 울려 퍼졌는데, 그만큼 한국팬들을 향한 네이트 루스의 애정이 차고 넘친다는 증거겠다. 

 



#SeoulYouGotSoul – Night 3. Adam Lambert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은 아담 램버트의 다채로운 퍼포먼스에 한국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환호를 보냈다. ‘Ghost Town’의 절도 있는 몸동작엔 비명을, ‘Whataya Want From Me’의 우수 어린 목소리엔 떼창을, ‘If I Had You’ 레게 리듬엔 들썩이는 춤을. 이 어메이징한 호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담 램버트는 “Seoul, You got soul!”이라며 팬들의 소울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공연이 끝난 후 그는 다시금 트위터를 통해 “여러분의 에너지에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덧붙이기도.




#태극기페도라 – Night 4. James Bay


Night 4는 제임스 베이의 첫 번째 내한이었다. 한국팬들의 뜨거운 환대에 감격한 그는 공연 내내 꼭 다시 오겠노라 몇 번이고 약속한 터였다. 제임스 베이가 앵콜 무대에 다시 올랐을 때 손에 들려있던 것은 그가 쓰고 있던 것과 똑같은 모양의 페도라. 당연히 팬서비스차 던질 줄로만 알았던 팬들은 ‘기필코 저것을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예의 주시했으나 제임스 베이는 페도라를 가리키며 그저 웃을 뿐이었다. 물론 그는 애초에 페도라를 던질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것은 작은 태극기가 새겨져 있는 한국팬들의 소중한 선물이었으니까. 어쩌면 태극기 페도라 쓴 제임스 베이를 곧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핑크야광봉 – Night 5. The 1975


The 1975의 팬들은 발랄했다. 한시도 손을 내리지 않고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들의 손에 쥐어져 있던 것은 핑크빛 야광봉. 얼마 전 나온 The 1975의 따끈따끈한 앨범 <I Like It When You Sleep, For You Are So Beautiful>의 비주얼을 본 따 제작한 것이다. 그 밴드의 그 팬이라고 Night 5의 무대와 객석은 핑크색 직사각형으로 하나가 됐다. 팬들의 정성이 통하였는지, 보컬 매튜 힐리는 맨 앞 펜스에 있는 팬에게 “그 사인 좀 건네줄래?”라며 야광봉을 받아 들곤 말했다. “우리 신보 나온 거 알지? 바로 이 앨범 말이야! 와우, 근데 이거 진짜 멋지잖아?”


출처: The 1975 공식 홈페이지(좌)



끝내주게 뜨거운 날들이었다. 아티스트에게도 팬에게도 분명 황홀하게 기억될만한 순간들. 매일 밤을 하얗게 불태운 관객들이 있었기에 5 Nights Ⅱ는 두 배로 빛이 났다. 그들의 강력한 에너지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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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0 5 Nights Ⅱ의 마지막 밤인 28일 저녁, 8시 정시에 맞춰 The 1975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스크린을 배경으로 무대에 선 멤버들의 실루엣이 근사한 미디어 아트처럼 떠올랐다. BGM으로 깔리던 곡은 EP에 수록된 ‘Intro/Set 3’의 한 부분이었는데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배경의 스크린과 어울려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서서히 끌어 올리고 있었다. 





첫 곡은 ‘Love me!’ 찰랑대는 기타가 인상적인 업비트 곡으로 마치 80년대 듀란듀란 (Duran Duran)의 히트곡 같은 분위기를 내뿜는다. 기타의 인트로와 동시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고 몇몇 팬들은 머리를 흔들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The 1975 스타일’ 그 자체의 밴드


The 1975는 2002년에 결성했지만 공식적으로는 10년 후인 2012년에 데뷔했다. 처음 밴드를 결성했을 때 멤버들의 나이는 14살. 10대를 통틀어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다가 20대에 메이저로 떠오른 밴드의 흐름이 자연스럽다. 물론 그들은 19살이 돼서야 진지하게 음악을 대하기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그 몇 년 사이의 성과는 분명 10대 초반 첫 경험의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의 음악은 20세기의 장르 대사전 같다. 펑크, 신스팝, 알앤비와 소울에 이르기까지 70년대부터 90년대를 호령하던 장르가 뒤섞인다. 이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땐 쉽게 ‘레트로’라고 불렀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냥 ‘The 1975 스타일’이 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려운, 그렇지만 그것 자체가 자기 자신인 밴드. 단기간에 세계적인 밴드로 성장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도 그걸 확인할 수 있었다.

 




작은 공동체가 된 놀라운 순간


The 1975의 단독 내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생의 사운드트랙’을 만드는 기분으로 음악을 대한다는 이들답게 공연은 어떤 깜짝 놀랄만한 순간을 제시했다. 무대에 설치된 조명으로 만들어내는 입체적인 공간감, 거기에 핑크, 그린, 퍼플로 설계된 색감과 사운드가 일종의 예술적인 구조물처럼 관객들을 단단하게 에워싸고 있었다. 인상적인 건 매튜 힐리(Matthew Healy). 무대에서 계속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대화하고, 눈을 맞췄다. 팬들이 만들어간, 마친 The 1975의 상징 같은 사각형의 라이트를 꺼내 자랑하기도 하고, 객석으로 꽃다발을 던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또박또박 천천히 발음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비영어권의 팬들을 배려하는 모습이랄까. 영미권의 록/팝 음악이 다소 마이너한 취향이 되어버린 최근 한국의 상황에서 이번 공연은 The 1975를 알고 있고, 좋아하고, 지지하고, 응원하고 격려하는 사람들이 밴드와 함께 작은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음을 확인해 준 것 같다. 





관객과 함께한 교감의 무대


개인적으로 The 1975의 음악을 들으면 오래 전 있었던 곳을 떠올리게 된다. 어딘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그런 곳이 있었고, 거기서 필자는 꽤 편안하고 행복했던 것 같다. 지금은 그걸 잊어버렸거나 멀리 떠나왔지만 그 기억만은 분명하게 남아 있다. The 1975가 지향하는 ‘인생의 사운드트랙’이라는 것이 어쩌면 이런 분위기인지 모른다. 이 모든 걸 ‘레트로’란 단어 하나로 정의하는 건 너무 안일한 일이란 생각도 든다.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 ‘감각’이기 때문이다. 공연장에서 매튜는 휴대폰을 꺼낸 사람들에게 “폰 안돼. 너와 나, 우리에게 집중해.”라고 말했다. 그 말 그대로 중요한 건 ‘우리’라는 안락함이다. ’The city’나 ‘Robbers’, ‘Medicine’ 같은 곡이 무대에서 연주될 때에는 특히 관객들과 함께 부르는 순간이 많았다. 한국 팬들의 호응은 어디와 비교해도 우위에 있을 듯. 매튜 역시 엄지를 들어 올리며 호응했는데, 이런 교감의 순간은 팬들이 미리 준비한 [LOVE YOU] 팻말을 들었을 때였다. 이걸 본 매튜는 “Love you, too!!!!”라고 답해줬고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환호했다.





인생의 사운드트랙을 경험하는 것


하나의 밴드를 좋아하는 일, 그 밴드의 공연을 보러 가는 일, 그리고 거기서 음악을 듣고 얘기를 나누고 그들과 교감하는 일, 이 모든 것이 우리 삶을 채우는 좋은 것들 중 하나다. 우리는 모두 한 시절을 지나 어른이 되고, 그때 아주 좋았던 것들을 대부분 잊어버리게 된다. 그게 인생이겠지만 문득, 아주 많이 나이가 들어도 그 감각을 잊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75년이 필자가 태어난 해라서 특히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이 젊은 영국 밴드의 메시지가 공감각적으로 너무 분명해서 그렇다. 눈과 귀가 모두 즐거웠지만 특히 좋았던 건 바로 이런 것이다. 온 우주를 통틀어 지금 여기 바로 이 순간, 당신과 내가 함께 있다는 건 얼마나 놀라운 경험인가. 인생의 사운드트랙은 그런 경험을 통해 하나씩 채워진다.







Writer. 차우진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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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0 5 Nights Ⅱ 네 번째의 밤, 제임스 베이(James Bay)의 공연 당일. 기온은 영상 0도, 체감 온도는 영하 3도인 쌀쌀한 날씨에도 일찍 도착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티켓 인증샷을 찍거나 부스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었다. 공연장 안은 추위를 피해 들어온 사람들로 붐볐다. 팬클럽에서 나눠준 이벤트 안내문을 들고 있는 사람들도 많고 커플들도 많았는데, 다들 제임스 베이의 음악을 잘 알거나 혹은 몇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들 같았다. 





사실 제임스 베이의 내한공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일지는 알 수 없었다. 이제 갓 데뷔한 영국의 신인 음악가의 내한공연에 얼마나 많은 관심이 몰릴까 싶은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악스홀의 내부는 금방 관객들로 가득 찼다. 



핫한 신인의 첫 내한 공연


공연은 정확히 8시 1분에 시작했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페도라를 쓰고 무대에 등장한 제임스 베이는 긴 머리를 날리며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첫 곡은 ‘Collide’, 강한 악센트가 매력적인 블루스 록으로 첫 곡으로 손색이 없었다. 제임스 베이는 이 날 공연에서 앵콜을 포함해 모두 12곡을 불렀다. 1집 수록곡의 거의 전부를 들려줬는데, 더 들려주려고 해도 정작 발표한 것이 1집 밖에 없기 때문에 관객으로선 꽤 색다른 경험을 한 셈이다. 아마 다음 내한공연에서는 1집의 좋은 노래들을 단 몇 곡 밖에는 듣지 못할 것이므로…





무대에서 제임스 베이는 스키니 진과 반팔 셔츠를 입고 있었다. 코트와 패딩으로 무장한 관객들과 대비되는 이미지였는데, 가늘고 긴 팔을 가진 날씬한 미청년이 기타를 파워풀하게 연주하면서 마음에 푹 꽂히는 감성적인 목소리로 절창하는 장면이 꽤 인상적이었다. 지난해 브릿 어워드가 선정한 ‘2015 비평가의 선택’ 부문을 수상하고, 올해에는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 부문의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야말로 핫한 신인으로 무대를 보면 그에 대해 금방 수긍하게 된다. 


필자는 신인 음악가의 공연을 좋아한다. 특히 막 데뷔한 경우엔 어떤 무대든 특별하고 새삼스러운 감각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거장이든 아니든 거의 모든 아티스트의 데뷔 앨범을 좋아한다.) 그 에너지가 당기는 팽팽한 긴장감이 듣고 보는 입장에서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관객들이나 제임스 베이나 모두 그런 분위기를 만들었다. 특히 떼창이나 팬들의 작은 이벤트가 인상적이었는데, ‘When We Were On Fire’의 중간에 등장하는 ‘우~우~우우우’ 하는 부분을 관객들에게 넘기면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If You Ever Want To Be In Love’와 ‘Need the Sun To Break’에서도 마찬가지. 제임스 베이와 관객들 모두 신나 보였는데, 페스티벌의 왁자지껄함보다는 클럽 공연의 좀 더 개인적인 신남에 가까웠다. 



최고의 신인을 향한 팬들의 이벤트


팬들이 준비한 이벤트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Let it Go’의 후렴구에서 휴대폰의 조명 기능을 모두 켜는 이벤트. 그걸 본 제임스 베이는 연주하는 동안 쿨하게 씩 웃으면서 객석을 둘러봤는데 그런 순간이 이 공연의 거리감을 줄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그는 아이돌 멤버들의 전매특허 같았던 ‘손가락 하트’를 배워 수시로 보여주기도 했다. 여성 팬들이 반할만 했다. 기타를 들었을 땐 거친 상남자에서 낭만적이고 수줍은 소년으로까지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그였지만, 본질적으로는 귀여운 청년이었으니까. 





두 번째 이벤트는 ‘Scars’의 후렴구에서 종이비행기를 던지는 것이었는데, 이 때 제임스 베이와 멤버들이 조금은 놀란 것 같았다. 이 노래가 끝난 뒤 그는 비행기를 주워 객석으로 다시 날리기도 했고, 이 모든 걸 다 집에 가져가고 싶다며, 나중에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다. 그 순간 제임스 베이는 정말 감동한 것 같았다. 아마도 다음 공연에는 종이 비행기가 더 많이 필요해질 것이다. 



라이브의 본질을 일깨운 공연


공연은 후반부로 달려가고 있었다. 1시간 30분 가까이 된 공연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시간이 모자란 느낌이었다. 곡의 시작부터 관객들이 함께 불렀던 ‘Move Together’의 잔잔하고 로맨틱한 분위기에 이어 신나게 달리는 ‘Best Fake Smile’, ‘Get Out While You Can’을 마지막으로 공연은 끝났다. 확실히 마무리는 깔끔한 게 좋다. 앵콜은 ‘Proud Mary’와 ‘Hold Back the River’, 가벼운 인상을 남기는 좋은 엔딩이었다. 





공연은 기본적으로 무대와 객석의 콜 앤 리스펀스(Call & Response)이다. 부르고 답하고, 이런 행위의 반복이 공연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그 점에서 제임스 베이의 공연은 무대에 선 쪽이나 객석에 앉은 쪽 모두에게 음악을 라이브로 듣는다는 것에 대한 본질적인 경험을 제공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충만한 만족감 속에 영하의 밤거리로 나왔다.





Writer. 차우진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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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할 정도로 매서웠던 추위도 아담 램버트(Adam Lambert), 그리고 그의 팬들의 기세를 꺾어놓진 못했다. 영하 15도의 매서운 한파에도 수많은 관객들은 이미 공연 시작 전부터 공연장에서 미리 대기 중이었다. [아메리칸 아이돌]로 시작해 데뷔 이전부터 국내에 확고한 팬 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던 아담 램버트는 재작년 퀸(Queen)과 함께 내한하면서 퀸을 보러 온 관객들마저 자신의 팬으로 흡수시켰다. 당시 아담 램버트는 자신의 영혼을 담아 노래했고 공연을 본 관객들로 하여금 확실히 그의 공연을 다시 보고 싶게 만들었다. 그리고 5NightsⅡ 세 번째 밤에 비로소 그 기대는 현실이 되었다. 전신을 사용해 부르는 단단한 저음과 안정적인 하이 톤 보이스는 공연을 보는 이들의 혼을 제대로 빼놓았다. 





새삼스럽지만 아담 램버트의 강렬한 목소리는 확실히 라이브로 경험해야 한다. 내부의 다양한 감정을 훌륭하게 구현해내며 저음부터 고음까지 모든 음역대를 유연하게 포괄해왔던 그였지만 이는 점점 섬세해지고 표현 가능 범위 또한 더욱 넓어졌다. 이미 [아메리칸 아이돌], 그리고 퀸과의 투어를 통해 보컬 실력은 충분히 검증됐다만, 그럼에도 더욱 확장된 모습을 보여내고 있어 놀라웠다. 빼어난 가창력, 그리고 그 이상의 풍부한 표현력이 존재했다.


여전히 아담 램버트는 스스로의 소리를 모색해가고 있는 중인 모양이다. 현 트렌드를 분석하면서 다양한 장르를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 흡수해내려 했다. 아담 램버트의 과거 솔로 투어와 비교했을 때 심플한 스테이지 편성은 변함이 없었지만, 무대와 안무 등의 연출의 차이를 통해 공연은 더욱 신축성 있고 진화된 형태로 거듭났다. 


음악에 대한 열정, 그리고 자신감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퍼포먼스였다. 생생한 목소리, 그리고 다이나믹한 조명과 효과들로 인해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데뷔 앨범 제목처럼 그 누구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엔터테이너’로서의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젊은 베테랑의 당당한 선전포고와도 같은 쇼였다.



A Star Is Born


공연의 개시를 앞두고 무대 위에 배치된 네 칸의 LED 배경 화면에는 원형 홀로스코프 문양이 어둡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왼쪽에는 드럼 단상이, 그리고 오른쪽에는 건반 단상이 각각 존재했다. 원형 홀로스코프와 장내의 조명이 꺼졌고, 사람들의 환호 속에 강렬한 흰 배경이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눈부실 정도로 하얀 배경을 뒤로, 먼저 밴드 멤버들이 우뚝 솟아 있었고 암전된 후 갑자기 정 가운데에 아담 램버트가 등장하며 ‘스타 탄생’의 순간을 알렸다. 이 추운 날씨에도 민소매를 입고 짙은 푸른 눈으로 관객들을 응시하자 장내의 모든 이들이 환호했다. 훵키한 리듬의 첫 곡 'Evil In The Night'이 해골 무늬의 배경과 함께 인상적인 스타트를 끊었다. 데뷔 앨범의 타이틀 트랙인 'For Your Entertainment'의 익숙한 멜로디가 전개되는 와중 코러스와 춤을 겸하는 두 명의 남녀는 아담 램버트와 함께 위치를 옮겨가며 정확한 안무를 연출해냈다. 공연 시작 전에 씨앤씨 뮤직 팩토리(C+C Music Factory)의 음악이 장내에 흐르기도 했는데 이 댄서들의 외형과 의상, 그리고 안무는 유독 씨앤씨 뮤직 팩토리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었다. 중절모를 쓴 채 텔레캐스터 기타를 연주하는 기타리스트와 함께 시작한 스산한 곡 'Ghost Town' 역시 절도 있는 안무와 함께 장내를 달궜다. 





심장박동과도 같은 킥 드럼의 'Runnin', 노래하는 도중 관능적인 모션을 선보인 'Chokehold', 그리고 화려한 기타 태핑 솔로가 인상적이었던 ‘Sleepwalker’까지 세 곡의 메들리가 느리지만 묵직하게 전개됐다. 붉은 핀 조명 사이로 감성적인 무드의 'Underground', 그리고 후렴구 제목이 배경화면을 뒤덮은 'Rumors'를 연결해냈다. 'Rumors'를 부를 당시 관객들에게 떼창을 유도해내기도 했고 특히 손동작 하나로 푸른 화면이 붉은 화면으로 바뀌는 연출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육중한 기타 리프로 시작해 핀 조명 아래 여성 댄서의 현란한 안무, 그리고 붉은 태양을 배경으로 단상 위에서 기타 솔로가 펼쳐졌던 'Lucy'의 경우 거친 바이크 족들의 분위기를 풍겨냈다. 퀸의 브라이언 메이(Brian May)가 피쳐링한 원곡의 기타연주가 무대 위에서 무리 없이 재연됐다.



Whataya Want from Me, Seoul?


자줏빛 정장 자켓으로 갈아입고 등장한 아담 램버트는 80년대 풍의 코러스와 신시사이저, 그리고 기타 뮤트로 무장한 트랙 'After Hours'를 감미롭게 불러냈다. 특히 잠깐의 브레이크 이후 낮은 웃음소리가 관객들을 또 한 번 열광시켜냈다. 곡이 끝나고 [The Original High] 투어에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멘트를 했는데, 비속어 감탄사를 외치는 것에 유독 관객들이 반응하자 이를 반복하면서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시원하게 내달리는 원곡과는 달리 어쿠스틱 기타로 차분하게 편곡된 'Whataya Want From Me'에서 떼창이 전개됐고 무엇보다 후렴구절 가사 뒤에는 '서울'이라는 단어를 붙이면서 한국 관객들에게 자신으로부터 무엇을 원하냐 묻는 형태로 개사했다. [아메리칸 아이돌] 당시 불렀던 티어스 포 피어스(Tears for Fears)의 'Mad World' 역시 신비하면서도 조용한 분위기를 이끌어냈고, 마치 로맨틱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트랙을 듣는 것만 같았던 'There I Said It'의 경우 조명과 밴드의 연주가 가세하자 분위기가 급 반전됐다. 





'Another Lonely Night'의 경우 오히려 아담 램버트가 커버했던 버전의 'Mad World' 보다 더 티어스 포 피어스 같은 어레인지와 멜로디를 지닌 곡이었다. 특히 후렴 넘어가기 직전 짧은 시간 동안 쏟아지던 푸른 조명이 인상적인데, 근 얼마 동안 봐왔던 공연 중 조명 시스템을 가장 제대로 활용한 무대이지 않나 싶다. 혼자 노래할 때는 수십 개의 핀 조명이 쏟아지곤 했는데, 오히려 LED 배경화면 없이 단순히 조명만을 활용했을 때가 훨씬 극적이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화려한 재능, 탁월한 완급조절, 그리고 효과적인 스테이지 운영


빛나는 스타디움 자켓을 갈아입고 돌아온 아담 램버트는 현란한 LED 배경과 두 댄서들의 춤 사이로 'The Light', 'The Original High', 그리고 'Never Close Our Eyes' 같은 댄스 트랙들을 메들리로 이어내 관객들을 춤추게 만들었다. 특히 80년대 디스코/하우스 트랙들에 자주 나오는 고음 꺾기에 특화된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그의 다재 다능함을 다시금 확인하게 됐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얼마 전 타계하면서 전 세계를 슬프게 했던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80년대 히트 곡 'Let's Dance'를 불렀던 순간이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데이빗 보위의 곡을 라이브에서 큰 볼륨으로 듣고 싶었는데 아담 램버트가 그 한을 풀어줬다. 


사람들이 삿대질 안무를 따라 했던 아비치(Avicii)와 작업한 곡 'Lay Me Down', 데이빗 보위의 'Let's Dance'와 마찬가지로 쉭(Chic)의 명 기타리스트 나일 로저스(Nile Rodgers)가 녹음에 참여했던 싱글 'Shady', 다시금 나일 로저스 풍의 훵키한 기타 리프가 연주됐던 'Fever'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강렬한 킥 드럼으로 박수를 유도해낸 'Trespassing' 이후 베이스 연주자가 앞으로 나와 퀸의 익숙한 'Another One Bites the Dust'의 베이스라인을 연주하면서 퀸의 곡도 하나 선사했다. 결국 다시 'Trespassing'으로 돌려내 마무리 지으면서 아담 램버트가 공연장을 빠져나간다.

 




앵콜 무대에 오른 아담 램버트는 자신의 최대 히트 트랙 중 하나인 'If I Had You'를 무려 레게로 재구성해냈다. 단순히 레게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메이카식 발음에 아예 보컬 덥 믹싱처리까지 해내면서 제대로 된 레게 튠을 완성해냈다. 코러스 멤버들까지 자메이칸 바이브를 살려내는 와중 멤버 소개를 하면서 관객과 노래를 주고받으며 흥을 이어갔다. 아담 램버트는 대단한 관객들이라 말하면서 이번 내한 공연을 마무리 지었다. 사실 정말로 대단했던 건 아담 램버트였다.





Writer. 한상철

음악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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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아루 2016.01.22 14:35 신고

    아름다운분!! 아름다워요 !!!!
    이런 소중한 공연을 기획해주신 현대카드 관계자분들 너무 감사드려요!!
    다음에도 또 모시고 올꺼죠?


이 정도까지 관객과 아티스트가 함께 행복하게 정신을 놓는 공연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밴드 Fun.(펀)의 멤버로는 물론 다른 뮤지션들의 히트 곡들을 써주면서 성공적인 작곡가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해낸 네이트 루스(Nate Ruess)는 유독 한국 공연에 애착을 보여왔다. 그리고 그의 충실한 한국 팬들은 이번에도 네이트 루스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과거 라이브에서도 네이트 루스는 항상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왔지만 이렇게 쉬지 않고 미소 띤 얼굴로 내내 있었던 적이 있었는가 싶다. 오히려 Fun.으로 처음 한국을 왔을 당시보다 더욱 역동적이고 안정감 있는 스테이지를 보여줬다. 무대 위에는 대형 LED 화면이라던가 특수효과도 없었다. 대신 훌륭하게 연주된 위대한 노래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새삼스럽지만 위대한 노래는 요란한 특수효과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해냈다. 


거의 모든 노래가 떼창됐고 공연장 전체가 일체화되어 친밀한 공기를 형성했다. 이전 내한공연에서 그는 떼창을 듣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노래하는 것을 자신의 음반에 녹음하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네이트 루스의 라이브는 앨범과 별개로 훌륭했고 개인적으로는 라이브 앨범을 하나 따로 발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백업 밴드 역시 좋은 연주와 음질을 들려줬으며, 네이트 루스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 몸짓과 흔들림 없는 하이 톤을 시원하게 내질렀다.


네이트 루스는 공연 도중 몇 번에 걸쳐 한국을 가장 좋아하는 공연 장소라고 언급했다. 이를 증명하듯 공연 마지막 앵콜에서 그는 ‘다른 곳에서 하지 않았던 곡이고 또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며 솔로 앨범에 수록된 'Moment'를 투어 최초로 연주했다. 게다가 공연 이전에 전달받은 밴드의 셋리스트에 즉흥적으로 한 곡을 더 추가하여 프린스(Prince)의 'Let's Go Crazy'까지 연주했다. 내한공연에서 셋리스트에 없는 곡을 하는 일은 정말로 드문 사례인데,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심지어 그는 매니저에게 한국을 들르지 않는 한 일본공연도 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던 사실을 무대 위에서 밝히기도 했다. 공연시작 이전, 장내에는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This Must Be The Place'가 흘렀는데, 네이트 루스에게 있어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바로 "This Must Be The Place"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밴드, 그리고 관객을 지휘자처럼 조율해낸 네이트 루스


앨범의 타이틀 [Grand Romantic]이 적혀있는 파스텔 톤 그림이 걸려있는 무대. 관객석엔 예상대로 여성 관객의 비율이 높았고 Fun.의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쓴 이들 또한 찾아볼 수 있었다. 스톤 로지즈(The Stone Roses), 조 잭슨(Joe Jackson),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 그리고 네이트 루스와 친분이 있는 밴드 젤리피쉬(Jellyfish) 등의 노래가 장내에 울려 퍼진 후 공연이 시작됐다.





푸른 조명만이 들어온 상태에서 네이트 루스는 비니를 뒤집어 쓴 채 등장했다. 이전 솔로 투어의 마지막 곡이었던 'AhHa'가 시작되자 마자 이미 관객들은 떼창을 시작했다. 관객들이 좌우로 손을 흔드는 가운데 따스한 멜로트론으로 연주된 'Take It Back'에서는 어떤 영적인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유독 네이트 루스의 고음이 두드러졌던 곡이기도 하다. 


박수를 치며 관객들과 노래했던 'Nothing Without Love', 그리고 인트로가 나오자마자 관객들이 허밍부터 떼창한 'Carry On'. 이 두 곡에서 네이트 루스는 마치 갑판 위 돛대를 부여잡은 선장처럼 마이크 스탠드를 치켜 올려 들고 노래했다. 특히 'Carry On'이 전개될 때 팬클럽에서 나눠 준 "We Are Shining Star"라는 종이를 관객들이 들어 보였고, 곡이 끝났을 무렵 네이트 루스는 관객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브라보"라 말했다. 진심으로 만족한 눈치였다.





Fun. 이전에 했던 밴드인 포맷(The Format) 시절의 곡 'Dog Problems'의 경우 뮤지컬 형식의 복잡한 전개가 극에 달하면서 듣는 재미를 선사했고, 마치 80년대 데이빗 보위(David Bowie) 스타일의 곡 'You Light My Fire'에서는 관객들에게 춤출 것을 권유했다. 특히 두 명의 기타리스트가 트윈 기타 솔로를 하는 대목에서 더욱 그럴듯하게 80년대의 무드를 체감할 수 있었다. 백업 밴드의 합 또한 두드러졌는데 'What This World Is Coming To'를 부를 때는 두 쌍의 남녀 멤버들이 서로 바라보면서 마이크 하나로 연주와 노래를 병행하기도 했다. 곡이 진행될 무렵 관객들이 꽃가루를 뿌렸고 네이트 루스 역시 무대 아래에서 관객들로부터 직접 꽃가루를 공수해 노래하는 도중 허공에 날렸다. 거대한 축제의 행진곡 같았던 'Great Big Storm'의 격양된 막바지 나레이션은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단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압권의 퍼포먼스


일전 한국에 왔을 때 네이트 루스는 '코리아 송'이라는 곡을 즉석에서 만들어 불렀고 이번에도 케이 팝을 좋아한다는 건반 주자의 연주로 다시금 '코리아 송'을 리바이벌했다. 한국에 대한 그의 애정을 직접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피아노 반주와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곡이라면서 'It Only Gets Much Worse'를, 그리고 엘튼 존(Elton John)의 명곡 'Rocket Man'을 이어냈다. 네이트 루스의 목소리는 유독 젊은 시절 엘튼 존의 목소리에 닿아있었는데, 활발한 무대 매너까지 도합해 보면 그는 엘튼 존과 동시에 믹 재거(Mick Jagger)를 반씩 합쳐놓은 듯 보였다.





기타 연주자가 옆에서 플로 탐을 두드리자마자 관객들은 시대의 찬가 'We Are Young'이 시작됐음을 눈치챘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듯 사람들은 이 위대한 노래에 맞춰 열광했고 2층 관객과 1층 관객의 파트를 나눠 함께 합창시켜내는 장관 또한 연출됐다. 최고의 노래였고 네이트 루스의 말처럼 우리는 최고의 관객이기도 했다. 손을 흔들며 곧바로 이어진 'Harsh Light'의 경우에는 확실히 젊은 시절 엘튼 존의 노래들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줬다. 오히려 이 드라마틱한 곡이 'We Are Young' 보다 더욱 관객들을 동요시켜냈던 것 같다. 특히 "우리 모두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가사를 반복해내는 부분에서는 가슴이 벅찼다. 



끝나지 않는 앵콜


본 공연이 끝난 이후 관객들은 단순히 그의 이름이나 "앵콜"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Nothing Without Love'의 떼창 부분을 불렀다. 결국 다시 올라온 네이트 루스는 다시금 '코리아 송'을 열창한 이후 피아노 반주로 핑크(P!nk)와 함께했던 곡 'Just Give Me a Reason'을 시작한다. Fun. 시절 곡인 'Some Nights' 또한 위풍당당하게 전개됐다. 기타 연주자는 드러머가 던진 스틱을 건네 받은 이후 플로 탐을 두드려댔고 곡이 끝나자 베이시스트는 스태프에게 위험할 정도로 높이 베이스를 던졌다. 네이트 루스가 업라이트 피아노에 올라가 열창한 'Brightside'에서 관객들은 일제히 핸드폰 불빛을 비춰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첫 번째 앵콜이 종료됐다. 





다시 앵콜이 외쳐졌고 결국 한번 더 무대 위에 올랐다. 네이트 루스는 놀라운 순간을 제공해준 한국 관객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솔로 앨범에 수록된 'Moment'를 투어 최초로 연주했다. 게다가 공연 셋리스트에 없던 프린스(Prince)의 'Let's Go Crazy'까지 연주하면서 결국 장내를 뒤집어놓는다. 행복한 여운이 남겨진 채 공연은 꿈처럼 덧없이 종료됐다.





Writer. 한상철

음악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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