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프로젝트 16 스노우 화이트/전문가 칼럼' (8건)


무용에는 다양한 장르가 있다. 길거리에서 시작된 스트릿 댄스부터 컬처프로젝트 16 Snow White와 같은 모던발레에 이르기까지 무용에는 셀 수 없이 다양한 장르가 존재한다. 그러나 장르를 불문하고 세상 모든 감정을 표현해내는 몸짓을 지켜보는 순간만큼은 댄서도 관객도 자유롭고 행복해진다. 예전보다야 많이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관객들에게는 무용 무대가 낯설다. 눈에 익지 않은 무용수들의 아름답지만 어려운 몸짓들을 관람하기 위해 기꺼이 공연장으로 행차하기는 아무래도 힘들다. 어쩌면 우리가 무용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는 ‘영화’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무성영화 시절부터 필름에 춤을 담아내기 시작해 ‘댄스 무비’라는 장르까지 탄생시켰다.


인간의 가장 활동적인 액션이자 아름다운 몸짓인 춤을 다양한 각도로 담기에는 영화만큼 좋은 수단도 없을 텐데 인류가 발명한 수많은 종류의 춤들이 영화의 테마가 되어 삶의 희노애락을 나타내고 있다. 그 중 화려한 무대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댄스 무비 열두 편을 열두 가지 춤과 함께 엄선해보았다.

발레 in

블랙 스완

18세기에 호주에서 처음 발견된 흑조. 블랙 스완은 '커다란 충격을 준 아주 특별한 일이나 예기치 못한 사건'을 의미하기도 한다. 역사상 가장 강렬한 발레 영화로 꼽기에 부족함 없다. 백조와 흑조를 오가며 혼돈에 휩싸이고, 짙은 무대 화장 속에 광기 어린 눈빛을 보여준 나탈리 포트먼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관능적이면서도 퇴폐적이고, 치명적이면서도 강박적인 영화.
모던 발레 in

열정의 무대

최고의 발레 학교에 입학했지만 타고난 재능이 부족하다고 자신을 탓하는 평범한 학생 조디. 그녀가 다시 태어나는 공간은, 클래식 발레의 고루한 형식미에서 벗어난 모던 발레의 진수, ‘열정의 무대’이다. 에너지와 감정이 폭발하는 엔딩 스테이지는 댄스 무비의 정석을 보여준다. 실제 프로 댄서들이 연기자로 다수 참여해 화제가 됐다.
비보잉 in

스텝업

이삼십 대들에게 댄스 무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일 것이다. 연극 타이틀인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근원을 굳이 따진다면 바로 <스텝업>이 아닐까. 발레리나 노라는 파트너의 부상으로 스트리트 댄서 타일러와 짝을 이루고, 극과 극인 그들의 춤은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다. 2014년 5편까지 이어지며, 팝핀, 비보잉 등 다양한 장르의 역동적인 혼합으로 화려한 춤판이 볼거리다.
힙합 in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

줄리어드 댄스 스쿨을 열망했던 소녀 새러. 갑작스런 어머니의 죽음으로 좌절된 꿈은 시카고 빈민가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예상치 못했던 방법으로 이뤄진다. 힙합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 그녀의 열정은 그렇게 되살아난다. 줄리아 스타일즈의 정갈하면서도 우아한 힙합 댄스가 인상적이다. 백인 소녀와 흑인 소년의 로맨스라는 인종적 요소로 업그레이드 된 <더티 댄싱>이라는 평가가 있다.
플로어 댄스 in

플래시댄스

스트립 댄스와는 거리가 있는, 나이트 클럽의 스테이지에서 펼쳐지는 플로어 댄스. 낮에는 제철소 용접공으로 밤에는 댄서로 이중 생활하는 주인공 역할의 제니퍼 빌즈를 신데렐라로 만든 <플래시댄스>엔 갖가지 컨셉의 섹슈얼하면서도 강렬한 무대가 이어진다. 무대 위 의자에 앉은 빌즈가 거세게 쏟아지는 물을 맞는 대목은 종종 패러디되는 명장면.
스트립티즈 in

매직 마이크

무작정 벗는 것이 아닌, 훌륭한 퍼포먼스로서 손색 없는 스트립티즈의 향연. 빨래판 복근을 자랑하는 ‘핫 가이’들이 등장해 누나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이면엔 젊은 시절의 꿈과 방황에 대한 드라마가 있다. 마이크 역을 맡은 채닝 테이텀의 무명 시절 이야기가 느슨하게 각색된 영화다.
탱고 in

탱고 레슨

샐리 포터 감독이 연출과 주연을 맡은 영화. 스릴러를 구상하며 파리에 온 감독은 파블로 베론이라는 댄서를 만나 탱고를 배우게 된다. 12번의 레슨이 12개의 장을 구성하는 영화로 처음에는 단순히 탱고를 배우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곧 그것은 삶과 사랑에 대한 레슨이 된다. 밀롱가의 가로등 밑에서 두 사람이 ‘마지막 탱고’를 추는 장면은 압권이다. 포터 감독도 49세의 나이에 탱고에 도전했다는 후문.
볼룸 댄스 in

쉘 위 댄스

탱고, 룸바, 차차차, 왈츠, 파소 도브레, 자이브, 삼바… 볼룸 댄스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영화로,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던 중년 남자가 작은 일탈로 삶의 기쁨을 되찾는 스토리다. 점잖은 야쿠쇼 코지와 함께, 라틴 댄스 마니아인 다케나카 나오토의 출연으로 볼룸 댄스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묘사된다. 미국 선댄스 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유명 영화제 초청작으로 헐리우드에서 리차드 기어와 제니퍼 로페즈 주연으로 리메이크됐다.
스테이지 댄스 in

버레스크

<쇼걸>, <물랑루드>, <시카고>, <나인>… 그리고 <버레스크>. 거대한 클럽의 화려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이 영화들은 한치의 오차도 없는 ‘칼 군무’를 자랑한다. 풋내기 댄서의 성공 스토리인 <버레스크>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셰어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 팝스타 아길레라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탭 댄스 in

백야

실제로 러시아에서 망명한 격정적 발레리노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탭 댄서 그레고리하인즈가 펼치는 이색 댄스 영화.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장르는 위대한 춤꾼들을 통해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낸다. 쉴새 없이 타닥거리며 플로어와 부딪히는, 활동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느낌을 주는 탭 댄스. 마지막에 라이오넬 리치가 부르는 주제곡과 미하일 바르시니코프가 의자를 가지고 춤을 추는 장면은 광고에서 그대로 차용해 더더욱 유명해졌다.
디스코 in

토요일 밤의 열기

1970년대를 뒤흔들었던 디스코 열풍의 절정. 꽉 끼는 재킷과 바지를 입은 존 트래볼타의 몸짓과, 독보적인 가성을 자랑하던 비지스의 음악이 만난다. 단순한 댄스 영화를 넘어 당대 미국의 성 모럴과 청춘 문화를 반영한 문제작. 이 영화 이후 트래볼타는 한동안 ‘할리우드 대표 춤꾼’ 이미지를 벗지 못했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치어리딩 in

브링 잇 온

역동성으로 보면 스포츠지만, 특유의 동작과 예술성으로 보면 댄스에 가까운 치어리딩. <브링 잇 온>은 틴에이저 로맨스 장르 속에서, 춤을 통해 경쟁하는 십대들을 통해 건전한 청춘상을 그려낸다. 주연인 키어스틴 던스트를 비롯, 대부분의 출연진이 왕년의 치어리더 출신들이다. 최고가 아니어도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전형적인 헐리우드 틴에이저 영화로 보는 내내 유쾌하다.
 




Writer. 김형석
영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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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의 교향곡엔 드라마틱한 요소가 많다. 본래 ‘교향곡’이란 극적인 음악장르가 아님에도 말러의 교향곡은 마치 오페라와 같이 느껴진다. 아마도 말러 자신이 뛰어난 오페라 지휘자였을 뿐 아니라 누구보다도 자신의 삶과 음악을 밀접하게 관련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말러는 일찍이 “내가 작곡한 교향곡은 내 삶 전체의 과정이기에 만일 누군가 그것을 읽어낼 수 있다면 내 삶 전체가 빤히 드러나 보일 것”이라 말했는데, 실제로 그의 교향곡은 말러의 ‘자서전’이나 다름없다. 운명의 타격을 암시하는 망치 소리, 사랑하는 아내를 상징하는 선율 등, 말러 교향곡은 개인적인 암호로 가득하다. 


그러나 말러 교향곡 속의 ‘개인성’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만한 여러 감정으로 드러나고 있기에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말러의 교향곡이 컬처프로젝트 16 Snow White(스노우화이트)의 이야기와 매우 잘 어울리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말러 교향곡에 담긴 죽음의 위협, 왜곡된 삶, 애틋한 사랑은 스노우화이트의 이야기 속에서도 매우 중요한 주제가 되기 때문이다.




 

교향곡 제5번의 아다지에토와 사랑의 2인무

 

말러 교향곡 악장 가운데서도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교향곡 제5번의 서정적인 ‘아다지에토’는 발레 ‘스노우화이트’에서도 핵심적인 장면에 사용된다. 영화음악으로도 손색이 없어 비스콘티 감독의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 사용됐던 이 곡은 백설공주와 왕자의 2인무와 매우 잘 어울린다.


실제로도 이 곡은 말러 자신의 사랑과 관련된 곡이다. 말러는 교향곡 제5번을 작곡할 당시 19세 연하의 알마 신틀러를 만나 결혼했다. 빼어난 미모와 싱싱한 젊음, 무엇보다 알마의 박학다식함에 반한 말러는 1901년 11월에 알마와  첫날밤을 보낸 후 “이런 느낌을 이제까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소”라 시작하는 열렬한 러브레터를 보내며 그녀와 급격히 가까워졌고 비밀리에 약혼한 두 사람은 1902년 3월 9일에 결혼식을 올렸다.


이 시기에 작곡된 교향곡 제5번의 중 가장 낭만적인 4악장 아다지에토는 “알마에 대한 사랑의 고백”, 혹은 “알마에게 보내는 러브레토”로 불린다. 그러나 이 곡에는 매우 쓸쓸한 가곡의 주제도 인용돼 있어 묘한 이중성을 뿜어낸다. 이 악장 마지막 부분 베이스 파트에 잠시 암시된 선율은 말러가 뤼케르트 시에 붙인 가곡 중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에서 온 것이다. 이 곡은 말러가 “이 곡은 바로 나 자신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던 가곡이긴 하지만 사랑을 노래한 음악에 왜 이런 쓸쓸한 노래를 인용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는다.





스노우화이트의 독무를 쓸쓸하게 채색하는 말러의 마지막 교향곡

 

백설공주가 홀로 춤추는 장면에도 말러 교향곡 중 아름다운 느린 악장의 걸작으로 평가되는 교향곡 제10번 1악장 아다지오가 사용된다. 이 곡 역시 알마와 관련된 곡이지만 교향곡 제5번의 ‘아다지에토’와는 달리 매우 쓸쓸한 분위기가 풍긴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말러는 결혼생활의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었다. 1910년 여름, 그의 아내 알마는 요양 차 머물렀던 온천 휴양지에서 연하의 미남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와 사랑에 빠졌다. 실수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것인지 알마에게 보내는 그로피우스의 연애편지는 말러에게 배달되었고 이로써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 말러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때 말러는 알마에게 자신과 그로피우스 중 한 사람을 선택하라고 말했고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던 알마는 결국 남편 곁에 남기로 했지만 말러는 이 사건을 통해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다. 점점 늙고 쇠약해져 가는 그에게 아내의 불륜은 치명적인 고통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고통과 혼란 속에서 번민하던 말러는 급기야 심리학자 프로이트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는데, 그때 프로이트는 말러에게 ‘마리 콤플렉스’라는 진단을 내렸다. 즉 말러에게는 모든 여성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을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마리’는 말러의 어머니의 이름이자, 그의 부인 알마의 중간 이름이기도 하다.) 프로이트의 분석은 말러에게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던 모양이다. 말러는 프로이트와의 만남을 통해 다시 정신적 안정 상태를 회복했고 아내 알마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프로이트가 옳아. 나에게 있어 당신은 항상 빛이며 중심이었소!”


말러가 이런 혼란의 와중에서 작곡했던 교향곡이 바로 제10번이다. 당시 말러가 느꼈을 법한 고통과 번민을 나타내듯, 제10번의 스케치에는 이상한 메모들로 가득하다. “오 주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당신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 등, 성경에 나오는 몇 구절이 인용되는가 하면, “너만은 이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아! 아!” “안녕! 나의 음악이여! 안녕! 안녕!”과 같은 수수께끼 같은 글귀도 눈에 띈다. 또 피날레의 마지막 부분에는 “너를 위해 살고 너를 위해 죽는다! 알므시!(알마의 애칭)”이라는 글귀로 아내 알마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나 말러는 이 작품의 미스터리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결국 이 작품을 미완으로 남기고 이듬해인 1911년에 세상을 떠났다.





교향곡 제10번의 전 악장 1악장 ‘아다지오’는 여러 가지 점에서 매우 독특한 곡으로, 주선율을 연주하는 일이 드문 비올라가 이 악장 전체를 통해 주인공 역할을 하는 것이 특히 눈에 띈다. 도입부를 장식하는 비올라의 모놀로그는 인생의 황혼을 맞이한 말러 자신의 독백을 나타내듯 초연하면서도 쓸쓸하고, 높이 비상하는 주제는 호흡이 길고 장엄한 느낌을 준다.


이 곡 후반에는 갑자기 매우 큰 소리로 끔찍한 불협화음이 나타나 충격을 주는데 이는 말러 자신의 고통의 절규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 불협화음을 뚫고 들려오는 트럼펫의 끈질긴 A의 지속음은 갈등의 절정을 만들어낸다. 어떤 이는 이 A음을 가리켜 말러의 아내 ‘알마’(Alma)의 첫 글자를 뜻한다고 설명하기도 하는데,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말러가 교향곡 제10번을 작곡했던 1910년 당시 알마의 불륜 사실을 알고 고통스러워했던 것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거울 장면의 마법을 채색하는 비극적인 교향곡


스노우 화이트의 거울 장면에 ‘비극적’(tragic)이란 부제가 붙은 교향곡 제6번의 거대한 피날레 악장이 사용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특히 피날레의 서주 부분은 신비롭고 비현실적인 음향으로 가득해 거울 속에 비친 비현실적인 환영의 느낌과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말러의 교향곡 제6번은 말러가 자신에게 닥쳐올 비극적인 사건을 예견한 작품이기도 해서 말러의 교향곡 중에서도 매우 특별하다. 말러의 부인 알마는 그녀의 회상록에서 말러의 교향곡 제6번에 대해 이렇게 썼다. “교향곡 제6번은 가장 개인적인 작품이며 예언적인 작품이다.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와 제6번에서 그는 그의 인생을 "음악적으로 예견했다." 그는 또한 운명으로부터의 세 번의 타격을 받았고 세 번째 타격은 그를 쓰러뜨렸다.”





알마가 언급한 말러의 세 가지 비극은 장녀 마리아의 죽음과 심각한 심장병, 그리고 말러가 비엔나 오페라극장을 사임하게 된 일로. 이 세 가지 비극적인 사건은 말러가 47세가 되던 1907년에 말러에게 크나큰 타격을 주었다. 말러를 쓰러뜨린 세 가지 사건은 교향곡 제6번 4악장에서 거대한 나무망치 소리로 들려온다. 일반적으로 악기로 생각되지 않는 거대한 나무망치가 절정 부분에서 울려 퍼지는 순간 누구라도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왜곡된 민요 선율로 표현된 광산 장면


스노우 화이트에서 난쟁이들의 일터인 광산 장면엔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말러의 음악이 사용돼 인상적이다. 때때로 말러는 잘 알려진 옛 성가의 선율이나 민요를 인용해 음악에 의미를 부여하곤 했는데, 광상 장면에 사용된 교향곡 제1번 3악장은 잘 알려진 민요 ‘마르틴 형제’(Bruder Martin)의 선율이 사용되었다. 우리에겐 ‘자끄 형제’(Frère Jacques)로 더 잘 알려진 이 소박한 민요는 본래 단순한 장조의 선율이지만 말러는 이를 우울한 단조의 선율로 바꾸어 기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또한 그 리듬은 마치 장송행진곡처럼 표현돼 있어 난쟁이들이 광산을 행진하는 기괴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처음에 마치 장례행렬이 움직이듯 팀파니의 연주가 시작되면 더블베이스 주자의 외로운 솔로가 시작된다. 더블베이스 주자는 돌림노래로 유명한 민요 ‘마르틴 형제’의 선율을 장조가 아닌 단조로 연주하면서 우울함과 기괴함을 동시에 표현한다. 이 기묘한 더블 베이스의 멜로디는 점차 전 오케스트라로 확대되고 갑자기 싸구려 밴드음악 풍의 떠들썩한 소리가 끼어들기도 한다. 교향곡 제1번의 초연 당시 이 음악은 사람들에게 큰 불쾌감을 안겨주었던 모양이다. 당시 말러의 절친한 친구 프리드리히 뢰어는 그날의 연주회 분위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대부분의 청중은 이 작품을 제대로 느끼고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이 작품의 형식은 새롭고 낯선 것이었다. 특히 비극적 감정을 표현한 강렬한 음향은 진부한 표현에만 익숙한 그들에게 불쾌한 충격을 주었던 모양이다. 마지막 악장의 도입부는 너무나 쇼킹해서, 내 옆에 앉아있던 한 우아한 부인은 손에 들고 있던 물건들을 모두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초연의 실패로 실의에 빠진 말러는 이 곡의 자필 악보를 서랍 깊숙이 넣어 두고 몇 년간 꺼내보지도 않았으나 후에 말러는 이 교향곡을 여러 차례 손질해 개정판을 내놓았고, 이 곡은 오늘날 가장 자주 연주되는 말러의 교향곡이 되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백설공주의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해낸 컬처프로젝트 16 Snow White(스노우 화이트)는 잘 알려진 민요를 비틀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 말러의 시도와 매우 비슷하다. 발레 ‘스노우화이트’와 말러의 음악이 그토록 잘 어울릴 수 있는 것도 ‘풍자와 패러디’라는 비슷한 코드를 공유하고 있는 까닭이리라. 이번 ‘스노우화이트’ 공연은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백설공주 이야기의 새로운 의미와 말러 음악의 독특한 매력을 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Writer. 최은규
서울대 기악과 졸업 후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1바이올린 부수석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여러 매체를 통해 음악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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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시적으로 그려내는 탐미주의자, 앙쥴렝 프렐조카쥬(이하 프렐조카쥬)의 무대는 금방이라도 뇌관이 터질 듯한 긴장된 에너지로 가득하고 무대 위를 유영하는 무용수들의 몸짓은 관능적이면서도 우수에 차 있다. 세계 유수의 발레단들이 파격, 도발, 전위 등의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는 그와 함께 작업하기를 원한다. 프렐조카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쁜 안무가이자 가장 왕성하게 작품을 만드는 안무가 중 한 사람이다.

 

안타깝게도 국내 관객들에게는 프렐조카쥬의 작품을 실제 무대에서 볼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지난 2012년 볼쇼이발레단과 협력프로젝트였던 <그리고, 천년의 평화(And Then, One Thousand Years of Peace)> 이후 그의 다른 작품을 기다려온 관객들에게 반가운 뉴스가 전해졌다. 프렐조카쥬 발레단이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6 Snow White로 내한한다는 것이다. 현대카드는 16번째 컬처프로젝트로 앞서 선보여왔던 전시나 연극이 아닌 무용공연을 선택했다.



 



프렐조카쥬의 새로운 백설공주
 

백설공주 이야기는 전 세계를 통틀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프렐조카쥬가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 내용 그대로 사냥꾼에게, 난쟁이들에게, 또 왕자님에게 목숨을 구원받는 가련하고 아름다운 백설공주를 그대로 무대로 데려갈 리는 없으니 그렇다면 어떤 백설공주인가 하는 작품에 대한 관심도 몹시 뜨겁다.

 



 

프렐조카쥬가 그 동안 천착해온 인간 내면의 폭력성이라는 주제는 <스노우 화이트>에서도 여전하다. 그러나 폭력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고자(혹은 원치 않는 것을 제거하고자) 하는 계모와는 달리 백설공주는 자연 그대로의 건강한 생명력을 가진 순수한 존재다. 작품 초반에 공주의 생모인 왕비는 상복 같은 검은 드레스를 입은 채 만삭의 몸으로 등장해 백설공주를 낳고 곧 죽음을 맞는다. 왕비의 검은 의상과 대조적으로 눈송이가 어깨에 내려와 앉은 듯한 백설공주의 흰색 의상은 옆부분이 트여 있어 관능적인 느낌을 주는 한편 아기를 감싼 기저귀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돈나의 코르셋브라를 디자인한 것으로도 유명한 고티에의 위트는 <스노우 화이트>의 의상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 Jean-Pierre Maurin 출처: www.idocpreljocaj.org



프렐조카쥬는 백설공주를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의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진정한 사랑을 아는 성숙한 여성으로 그리고 있는데, 백설공주는 계모에 의해 왕궁에서 쫓겨난 뒤 숲으로 가서 맑은 공기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맛보고 이웃나라 왕자에게서 태초의 감정인 사랑에 눈을 뜬다. 연인이 된 두 사람이 키스하고 서로를 만지고 희롱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마치 어린 아이가 새로운 놀잇감을 발견했을 때처럼 무구함 그 자체다. 백설공주를 감싸고 있는 숲의 세계를 위협하는 것은 계모의 악의다. 계모에게 발각되기 전까지 백설공주는 안전하고 행복하다.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로미오와 줄리엣 


프렐조카쥬는 90년작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낭만적이고 격정적인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비틀어 미래적인 설정을 통해 통제된 세계의 폭력성을 꼬집었다.

 


ⓒ Jean-Pierre Maurin 출처: www.idocpreljocaj.org



<로미오와 줄리엣>의 두 주인공은 구원(舊怨)이 얽힌 베로나의 두 귀족가문이 아니라 노동자 측인 몬태규 가문과 사용자 측을 대변하는 캐플릿 가문 출신으로, 개인보다 강한 계급의 지배를 받는 경직된 세계에 속해 있다. 공장의 현장감독 같은 인상을 주는 티볼트는 가문의 여자를 통제하는 아랍의 가부장들을 떠올리게 하는 고압적인 인물로 재해석되고, 줄리엣의 유모가 변형된 두 개인비서는 원작의 희극성이 거세된 채 줄리엣을 감시하는 역할에 충실한 로봇 같은 존재들이다.



ⓒ Jean-Pierre Maurin 출처: www.idocpreljocaj.org



그래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사랑 그대로의 사랑이라기보다 내일도 출구도 없는 절박한 인간이 잠시의 몸부림으로 현재를 거부하는 절망의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음으로 현재를 벗어난 뒤 등장하는 티볼트의 냉엄한 시선은 원작에서 둘의 죽음이 적대하는 가문을 화해시키는 단초가 되는 것과 달리 이 세계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으로도 바뀌는 것 없이 계속 이 상태가 유지되리라는 절망을 한 겹 더 얹어줄 따름이다.

 

 

잔혹동화, 그러나 해피엔딩
 


 

계모가 먹음직스러운 빨간 사과로 백설공주를 유혹하는 장면에서 도드라지는 것은 프렐조카쥬의 장기인 난폭한 에로티시즘이다. 계모는 살의로 눈을 빛내며 백설공주의 입에 사과를 밀어 넣은 채 그녀를 거칠게 빙빙 돌리는데, 이 장면은 94년작 <공원(Le Parc)>의 3막에서 여자 무용수가 남자 무용수에게 두 팔의 힘으로만 매달린 채 회전하며 긴 입맞춤을 나누는 장면과 닮아 있다. 백설공주를 죽이려는 계모와 저항하는 백설공주, 그리고 영원히 입술을 맞댄 채 피안으로 떠날 것 같은 연인들, 전혀 다른 상황이지만 난폭함 속에 관능이 번뜩이는 무대의 분위기는 매우 흡사하다. 에로스와 타나토스가 서로를 떠받치는 형국이다. 


 

ⓒ Agathe Poupeney / Opéra national de Paris


 

로미오와 줄리엣은 죽었지만 백설공주는 계모가 주는 독사과를 먹고도 죽지 않는다. 그녀를 죽음으로부터 되살려낸 것은 왕자의 간곡한 부름, 진심을 다한 간절한 사랑이었다. 마침내 숨이 돌아와 눈을 뜬 백설공주는 성으로 가서 결혼식을 올린다. 프렐조카쥬는 그림형제의 원작에서처럼 백설공주의 결혼식에서 불에 달군 구두를 신고 춤을 추는 형벌을 받는 계모의 모습으로 대단원을 장식하며 사랑을 불신하거나 회피하는 성인들을 위한 현대의 동화를 완성했다. 동화를 믿는 쪽이든 그렇지 않은 쪽이든, 이제 당신 차례다.







Writer. 윤단우
글 쓰는 사람. 다른 말로는 작가. 요즘은 기자. <사랑을 읽다>, <결혼 파업, 30대 여자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 저자.

최근에는 댄서가 반짝이는 무대와 무용 전문지<몸>의 편집실을 오가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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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몸은 우리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몸은 소통이다. 

우리의 옷, 머리와 몸의 장식은 우리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 장 폴 고티에-



현대카드의 16번째 컬처프로젝트 <스노우화이트 (Snow White)>는 ‘발레’라는 장르를 종합적 예술로서 관찰하기에 가장 적합한 작품이다.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의 선율에 맞춰 프랑스 프렐조카쥬 발레단이 구현하는 전혀 새로운 백설공주 이야기에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의 관능적인 무대 의상이 작품의 농도를 더한다. 상식을 비껴간 전위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괴짜 디자이너답게 고전발레와는 다른 신선한 움직임과 사실적인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파격적인 무대 의상을 선보인 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의 위트 넘치는 패션세계를 좀 더 깊게 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패션 디자이너의 유형학


작품을 연대별로 정리하는 관점만으로는 오랜 시간 누적된 디자이너의 나이테를 읽어내기가 어렵다. 디자이너로서 사회에 남긴 그들의 흔적, 시그너처의 빛깔과 실루엣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칼 라거펠트나 캘빈 클라인처럼 사회의 유명인사로 기억되는 디자이너가 있는가 하면 이세이 미야케나 발렌시아가처럼 시대의 장인으로 각인되기도 하고 피에르 가르댕처럼 미래의 한 시점을 패션에 옮겨놓음으로써, 사람들에게 다가올 시간에 대한 기대감을 부여하는 디자이너도 있다. 그런가 하면 후세인 샬라얀이나 마르틴 마르지엘라처럼 개념 중심의 옷을 주장하는 컨셉츄얼리스트도 있다.


그렇다면 장 폴 고티에는 어떤 유형의 디자이너일까. 필자는 한 세대의 여성상, 혹은 여성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규정한 디자이너 군으로 넣는다. 여기엔 1910년대 벨 에포크 시대의 여성상을 뒤집고 코르셋을 벗겨버린 샤넬이나 1950년대 전후 피폐한 시대에 여성들에게 환상과 우아함의 꿈을 심은 크리스천 디오르 등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포함된다. 장 폴 고티에는 과연 어떤 여성상을 드러냈을까?



출처: Featureflash/Shutterstock.com



스커트를 입은 남자들


장 폴 고티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대의 이상적 아름다움에 접근한다. 그는 거리에서 픽업한 일반인을 모델로 쓰기도 했고 비만여성과 여러 나라의 인종들을 모델로 썼다. 문제는 자신이 추구하는 미학을 강하게 밀어붙여 외설적이고 저속한 차원까지 끌어내린 것이다. 고티에는 ‘나는 차이점이란 단어에 내 마음을 열었다. 다양한 미가 존재하고 다양한 유형의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패션을 통해 보일 뿐이다’ 그는 누드와 S&M(sado-masochism, 사도 마조키즘: 가학 피학성 변태성욕), 젠더 코드를 혼합해서 사회에서 미처 탐색하지 못했던 인간의 자리를 ‘정상적인 것’으로 보이게끔 노력한다.


그는 남자들에게 스커트와 코르셋을 입히거나, 남자들의 허세를 비꼬기 위해 게이문화의 상징들을 빌려, 여성의 연약함과 대조시키기도 한다. 여성상과 남성상이란 것도 결국은 세월의 누적 속에 ‘정상적’인 것으로 규정되는 것들의 합이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말하는 것들은 원래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속에서 ‘정상적’으로 보이도록 만들어진 것들이다. 디자이너는 전통이 만들어낸 기호들을 뒤집고, 자신의 철학을 펼치기 위한 토대로 삼는다. 전통과 사회적 변화 사이에는 항상 시차가 존재한다. 고티에가 오늘날까지 패션의 거장으로 인정받는 것은, 그 시차를 거슬러가는 장난끼와 도발,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행적인 믿음에 과감하게 돌을 던지는데 있다.



출처: Femmes With Beards



재킷과 팬츠, 여성패션의 새로운 문법


1976년 이후로 고티에의 작업은 스타일상의 일관성을 보여준다. 재킷과 팬츠를 기본 아이템으로 하여 남자와 여자의 옷장을 연결한다.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의 남성성과 몸에 딱 맞는 코트, 가죽 재킷, 오버올즈, 트랜치 코트, 다운 재킷은 코르셋과 스타킹, 가터벨트와 같은 여성적 요소를 결합시켜 독특한 제 3의 옷을 만들었다. 그는 현대미술에서 이질적인 소재들을 결합시켜, 기존 관객들의 시각에 충격을 주는 믹스 앤 매치(Mix & Match) 전략을 패션에 적용한다. 혼합과 병치는 그가 주로 사용한 디자인의 원칙이다. 여성용 슈미즈와 재킷을 함께 입히고, 팬츠와 스커트를 결합시켰다. 데님에 모피를 달아 우아한 드레스를 만들기도 했다. 


혼합과 병치는 그가 디자인에 사용하는 모티브에게까지 연결된다. 점성술, 황소의 머리, 타투, 방패, 캘트 족의 상징들, 다윗의 별과 십자가, 파티마(Hand of Fatima)의 손과 같은 종교적 상징이 다양한 형태로 직물과 옷, 액세서리, 특히 보석에 나타난다. 스트라이프와 폴카 도트는 고티에의 단골메뉴다. 이외에도 그는 옷을 열고 닫는 데 사용하는 잠금 장치에 관심이 많았다. 독특한 지퍼나 후크, 거북껍질로 만든 단추, 닻 모양을 새긴 단추 등 다양한 디테일로도 자신의 개성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출처: meunierd/Shutterstock.com



마돈나의 코르셋 브라


고티에는 철학과 정치를 패션에 도입한 디자이너다. 특히 사회적으로 정의된 여성과 남성의 자리, 그에 따른 정체성의 개념을 디자인에 접목했다. 그는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코드를 무너뜨리고 각자의 성을 의도적으로 혼합시킨다. 대표적인 것이 마돈나의 원추형 브라(cone bra)다. 이 의상은 마돈나의 1990년 ‘Blonde Ambition’ 월드 투어를 위해 고티에가 디자인한 것으로, 원추 모양으로 가슴을 강조한 코르셋 형태의 겉옷을 마돈나와 백댄서들이 함께 입었다.


여성 엔터테이너의 신체를 대상화하는 문제를 비판하며 등장한 원추형 브라는 이후 그의 컬렉션에 자주 등장한다. 2008년에는 신부의 코르셋 위에 원통형 브라를 입혔다. 전통적으로 신부의 코르셋은 복종의 상징이지만, 기존의 의미를 뒤틀어, 여성의 독립을 의미하는 패션으로 변화시켰다. 1998년 봄에는 하얀색 수트에 파니에를 입은 모델을 등장시켰다. 파니에(Pannier)는 18세기 프랑스에서 여성들의 스커트 폭을 넓게 만들기 위해 사용한 지지대다. 이 파니에 드레스를 통해 출산연령에 있는 여성들의 자연스런 신체에 대한 시각을 환기시켰다. 



출처: 위키피디아


표현하라, 인간의 미덕


장 폴 고티에는 세계문화와 다양한 국가의 옷 입기 방식에 매혹을 느꼈다. 그는 중국과 몽골, 스페인, 멕시코, 이외에도 다양한 나라의 색감과 패션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들을 컬렉션을 통해 선보였다. 또한 이 과정에서 가톨릭의 상징인 십자가와 유태인들의 하시딕(Hasidic) 드레스를 풍자해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프랑스 특유의 고유의 문양들, 가령 해안지대에서 발달한 블루 앤 화이트 스트라이프 셔츠나 1900년대 초반 벨 에포크 시대의 화려한 드레스도 자주 컬렉션에 사용했다.


“아름다움은 한 가지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아름다움이 공존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는 자신을 표현해야 한다. Express Yourself!”라고 말한 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침범할 수 없는 각자의 미(美)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6 스노우화이트(Snow White) 속에서도 이 작품만의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하길 바란다. 고전 발레의 전형적인 특성과 현대 무용의 난해함을 오가는 무언의 발레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고유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가장 매혹적으로 드러내는 장 폴 고티에의 무대 의상으로 관람의 즐거움은 배가 될 것이다.





Writer.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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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의 열한가지얼굴 놀라운 상상력. 다양한 방식으로 재탄생한 그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그녀를 만난다.

위대한 고전은 그대로 옮겨도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지만, 그 각색자들에게도 놀라운 상상력을 제공한다. [백설공주]도 마찬가지. 최근 현대카드 16번째 컬처프로젝트로 선정된 < 스노우 화이트(Snow White) >도 백설공주 스토리를 현대 발레 작품으로 각색, 그 파격적인 연출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백설공주 이야기는 후세의 수많은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예상치 못한 수많은 자손들을 거느리게 되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재탄생한 [백설공주] 이야기. 그녀의 열한 가지 얼굴을 만나보자.

디즈니 + 백설공주 =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영화사상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바로 백설공주. 1937년에 나온 이 영화는 현재 지구상에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백설공주 이미지를 형성했고, 디즈니는 이 영화로 애니메이션 산업을 더욱 꽃 피울장악할 수 있었다. 다소 통통한 외모에 발그스름한 볼이 인상적인 그녀는 지금도 디즈니랜드에 가면 실물(!)로 만날 수 있다. 공주님 못지 않게 일곱 난쟁이 캐릭터를 부각시킨 게 성공의 비결. 그들의 노동요 ‘하이-호’는 언제 들어도 흥겹다.
틴픽 + 백설공주 =

시드니 화이트

백설공주가 10대 소녀라는 점에 착안한 [시드니 화이트] (2007)는 ‘틴픽’(틴에이저 무비) 장르 안에서 원작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절묘하게 변형한다. 표독스러운 학생회장이 악독한 여왕 역할을 하는데, 인터넷 게시판에서 매일 인기 순위를 확인하다가 시드니 화이트에게 1위를 빼앗기자 바이러스를 보낸다. 그것이 바로 ‘붉은 애플 로고’! 기발한 아이디어다. 일곱 난쟁이는 캠퍼스의 얼간이와 괴짜들. 물론 ‘백마 탄 왕자’인 ‘킹카’ 남학생도 등장한다. 시드니 역을 맡은 어맨다바인즈의 톡톡 튀는 매력도 관전 포인트다.
뮤지컬 + 백설공주 =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큰 인기를 끌었던 연극을 토대로 한 국산 창작 뮤지컬. 공주와 백마 탄 왕자의 동화적 판타지 로맨스 뒤에 감춰진, 말 못하는 막내 난쟁이 반달이의 애절한 짝사랑을 그린다. 백설공주가 아닌 난쟁이를 조명한 스토리가신선하다. 아동극이라고 무시했다가는, 반달이의 심금을 울리는 헌신적인 순애보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 흘리게 된다. 2001년 연극 초연 이후, 2013년에 뮤지컬로 재탄생해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중. 현재 내년 1월까지 공연 일정이 잡혀 있다.
한국영화 + 백설공주 =

백설공주

한국에서 1964년에 [백설공주]의 영화화가 시도되었다는 점이 놀럽다… 그 제목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백설공주]. 궁중 사극으로 김지미가 주인공을 맡았고, 왕이 재혼으로 얻은 왕비로는 개성파 배우 도금봉이 ‘한 성깔’하는 독한 연기를 보여준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산으로 피신한 공주는 일곱 난쟁이를 만나고, 공주를 사모했던 젊은 시랑(김진규)이 부패 세력을 소탕한 후 공주를 다시 궁으로 불러들이는 ‘백마 탄 왕자’의 역할을 대신한다. 왕비 곁에 항상 ‘거울이’라는 이름의 시녀가 따라다니는 설정은 위트가 넘친다.
무성영화 + 백설공주 =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

투우사인 아버지와 플라멩코 댄서인 어머니를 둔 그녀의 이름은 카르멘. 하지만 계모 밑에서 구박 받던 그녀는 난쟁이 투우사들과 함께 ‘백설공주와 일곱 투우사’라는 공연을 하며 유랑한다. 점점 명성을 쌓아가던 그녀는 진짜 투우사가 되고, 일생일대의 경기에 나선다. 흑백 무성영화에 대한 향수와 스페인 특유의 열정이 들끓는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 (2013)는 역사상 가장 강인한 백설공주를 창조한 작품. 동화적 판타지를 벗어나 정념의 비극적 감성을 품는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그녀! 백설공주, 아니 카르멘이다.
그래픽 노블 + 백설공주 =

페이블즈

국내에도 디럭스에디션으로 5권까지 출간된 [페이블즈]는 동화 속의 수많은 캐릭터들이 교차하며 복잡한 관계망을 형성하는 그래픽 노블. 여기 백설공주가 빠질 수 없지만, 그녀의 성격은 다소 파격적으로 그려진다. 프린스 차밍과 부부였으나 일찌감치 이혼한 그녀는, 원작의 순둥이 이미지를 벗고 꽤나 독립적인 여성으로 등장한다. 사고뭉치인 동생 로즈레드 때문에 힘들어하며, [빨간 두건]의 늑대에서 유래한 늑대인간 빅비와 결혼한다.
호러 + 백설공주 =

스노우 화이트

꼼꼼히 살펴 보면 동화 [백설공주]엔 공포영화적인 요소가 있으니, 그 중심은 바로 마녀인 이블 퀸. 그 틈새를 파고 든 영화가 [스노우 화이트](1997)다. 따라서 당연히 [스노우 화이트]의 주인공은 백설공주라기 보단 이블 퀸이며, 섬뜩한 노파 분장을 한 시고니위버는 영화 전체를 압도하는 그녀만의 아우라를 보여준다. 일곱 난쟁이를 부랑자로 설정한 것도 흥미로운 각색이다.
페미니즘 + 백설공주 =

흑설공주

여성학자이자 작가인 바바라 G. 워커가 시도한 ‘동화 뒤틀기’ 중 대표작. 외모 때문에 백설공주를 질투하는 계모가 지닌 외모 지상주의를 비판하고, 아울러 ‘사악한 계모’라는 선입관을 뒤집어 현명하고 지혜로운 여성으로 묘사한다. 백설공주를 강간하려다 일곱 난쟁이에게 저지 당한 귀족이, 감옥에서 일종의 복수로 쓴 픽션이 [백설공주]라는 게 바로 [흑설공주]가 밝히는 진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동화를 통해 세뇌 당하는 이데올로기를 해체하는 작품으로, 워커의 작품은 한국에도 [흑설공주 이야기]로 출간되어 있다.
액션 스펙터클 + 백설공주 =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동화 [백설공주]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는 2012년,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는 두 편의 각색을 내놓는다. 줄리아로버츠가 여왕이 된 [백설공주]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전자가 코믹 & 판타지 스펙터클이라면 후자는 거친 액션 스펙터클이다. 특히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헌츠맨 캐릭터를 백설공주의 액션 파트너로 끌어올리면서, 공주와 여왕 두 여인이 미모가 아닌 파워 대결을 펼치도록 바꿔 처절한 권력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한편 스튜어트는루퍼트샌더스 감독과 잠시 사랑에 빠져 연인 로버트패틴슨에게 큰 상처를 안겼던 작품이기도 하다.
TV 시리즈 + 백설공주 =

원스 어폰 어 타임

2000년 이후 많은 영화들이 여러 동화 캐릭터들을 한 편의 작품 속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슈렉](2001)을 비롯 [그림 형제-마르바덴 숲의 전설](2005) [엘라의 모험: 해피엔딩의 위기](2007) 등이 그런 사례. 2011년부터 시작된 TV 시리즈 [원스 어폰 어 타임]도 마찬가지인데, 그 중심이 바로 백설공주인 메리 마거릿블랜차드와 마녀 레지나. 스토리브룩은레지나의 마법에 걸린 공간으로, 메리와 왕자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자 현상금 사냥꾼인 엠마스완이 저주를 풀기 위해 나선다. [백설공주]의 속편(?) 혹은 동화 캐릭터들의 백화점같기도 하다.
발레 + 백설공주 =

스노우화이트

백설공주 이야기가 발레와 만난다면? 최근 현대카드 16번째 컬처프로젝트로 선정된 현대 발레 [스노우 화이트]는 고전미와 전위적인 연출이 공존하는 화제작. 발레라는 장르적 시도로 전혀 새롭게 느껴지는 백설공주 이야기는 ‘그림 형제’의 원작을 기본으로 발레 예술에 맞춰 내용에 변화를 주었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안무가 앙쥴렝 프렐조카쥬가 설립한 프렐조카쥬 발레단이 2008년 처음 무대에 선보인 작품으로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과 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의 파격적인 무대의상으로도 유명하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200회 이상 공연된 발레 [스노우 화이트]는 국내 최초로 11월 14일부터 3일간 예술의 전당에서 초연된다.
 




Writer. 김형석
영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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