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프로젝트 16 스노우 화이트/공연 정보' (10건)

 

무용을 모르고 예술을 몰라도 그의 춤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갓(god) 설진’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댄싱9>의 전설이 된 김설진. 현대무용가이자 안무가인 그를 컬처프로젝트 16 <SNOW WHITE>의 무대가 될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났습니다.





질문

<댄싱9>으로 큰 인기를 얻었어요. 요즘 많이 바쁘죠?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본 적이 없어요. <댄싱9>을 찍을 때는 휴대폰도 없고 외부와 차단된 채로 숙소생활을 해서 사람들의 반응을 실감 못했거든요. 매회 미션이 철인경기 같았어요. 정작 방송 나간 건 3회인가 4회까지 밖에 못 봤네요(웃음).


질문

사람들은 ‘김설진’을 어떤 춤이든 다 출 수 있는 댄서라고 생각해요. 스트리트 댄스를 하다 현대무용으로 전향했죠?

네, 근데 워낙 예전이라 지금은 스트리트 댄스를 한다고 말하긴 창피해요. 처음 시작은 스트리트 댄스였고 그 다음엔 방송 무용단 생활도 했고 가수들과 함께 공연하는 백댄서도 했고. 그때 같이 추던 형들이 지금 제 나이 정도됐었는데 춤 말고 다른 길을 준비하더라고요. 수명이 짧다고 느껴져서 더 오래 출 순 없을까 생각했죠. 그러다 학교에 들어갔어요. 일단 학교에서 춤을 가르쳐준다는 거 자체가 좋았어요. 그리고 영화 <백야>를 봤는데 거기서 남자 주인공이 추는 게 현대무용이라는 거예요. 왠지 재미있을 거 같았어요.




질문

장르는 다르지만 지금껏 계속 춤을 놓지 않았어요. 유투브를 보면 집에서 혼자 춤을 추는 셀프 영상들이 올라와 있던데 한시도 춤을 추지 않으면 못 견디나 봐요?

저한테는 춤추는 행위 자체가 배출이에요. 내 안에 있는 온갖 감정들을 다 쏟아 내는. 춤을 못 추면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파요. 춤 추는 거에 중독이 돼서...


질문

세계적인 무용단인 벨기에 피핑톰에서 안무가 겸 무용수로 활동했죠. <반덴브란덴가 32번지>의 한 장면을 봤는데 방금 말한 것처럼 인간의 감정을 온몸으로 끄집어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안면근육을 일그러뜨리고 땅으로 꺼져 들어가듯 몸을 움직이던데.

아, 그거. 누가 보면 아마 기인열전이라고 할 거예요. 얼굴을 일그러뜨린 건 처음엔 장난처럼 시작한 거였어요. 그 장면은 역할이 죽기 전 상황인데 죽기 직전에 자신을 관찰했을 때 나오는 갖가지 감정들, 그걸 표현하면서 아주 천천히 슬로우 모션으로 홀로그램처럼 움직이자 그랬어요. 화가들의 자화상을 많이 봤어요. 뭉크나 샤갈, 클림트, 에곤 쉴레. 다 자신을 잘생기게 그리진 않았잖아요. 일그러지고 분열된 얼굴들이죠.


질문

벨기에에서 활동할 당시 앙쥴렝 프렐조카쥬의 작품을 본 적 있어요?

그럼요. 한국에서도 봤고 프랑스에서도 봤고. 예전에 여기서 공연했던 <봄의 제전>을 봤었는데 작품 속에 전라의 누드가 등장해서 화제가 됐었죠. 그런 쪽에만 호기심을 갖고 오신 분들도 있었는데 솔직히 좀 속상했어요. 앙쥴렝 프렐조카쥬는 움직임이나 테크닉적인 부분에서는 아카데믹하지만 작품을 풀어내고 다른 걸 차용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굉장히 열려있는 것 같아요.




질문

작품을 구상할 때 그림 같은 다른 분야에서도 영감을 받으시나요?

딸아이와 같이 무대에 올랐던 솔로작 <아빠>에서는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모티브를 얻었고 안데르센의 동화를 각색한 <미운 오리 새끼>라는 작품을 만든 적도 있어요. 가끔 동화 같은 이야기를 혼자 쓰기도 해요. 누구한테 보여줄 만큼 거창한 건 아니고 생각나는 대로 끄적거리는 거죠. 흔히 동화는 아이들을 위한 거라고 생각하지만 원작을 잘 보면 여러 가지 코드가 숨어 있어요. 안데르센만 해도 발에 대한 집착이 있는 것 같아요. <분홍신>을 보면 주인공이 구두를 신고 계속 춤을 추는 저주에 걸리잖아요. 어떻게 보면 참 무서운 이야기죠.


질문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6 <SNOW WHITE>도 원작에 충실한 이야기를 보여주죠. 이를테면 마지막에 왕비는 뜨겁게 달군 쇠로 만든 신발을 신고 죽을 때까지 춤을 춰야만 하는 벌을 받아요.

맞아요. 그런 잔혹한 면들이 있어요. 잘 생각해 보세요. 동화에선 꼭 한 명씩 죽어요. <SNOW WHITE>에서도 백설공주를 낳으면서 어머니인 왕비가 죽잖아요. 그게 계모 왕비가 등장하는 불행의 씨앗이 되고... 원작 속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어떤 식으로 풀어낼 지 기대하고 있어요.


질문

<SNOW WHITE>에서 역할을 맡아야 한다면 어떤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사람이 아닌 거 말해도 돼요?(웃음) 사람은 아닌데 되게 중요한 역할. 저는 사과요. 사과의 시점에서 보면 이야기의 해설자가 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평범한 사과인 나한테 왜 독을 집어 넣었어” 백설공주가 배어 물 땐 “먹지마, 먹지마” 그래 가면서요. 철저히 사과의 시점에서 보는 거죠. 그러다가 윌리엄 텔이 쏜 화살에 맞고 뉴턴의 손에서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하하.




질문

백설공주의 사과가 거기까지 갔네요. 평소에 상상 같은 거 많이 하죠?

아, 백설공주를 다시 보면 또 재미있는 캐릭터가 거울이에요. 거울이 왕비와 백설공주를 이간질한 건 아닐까 생각해요. 뭐 평소에는 상상도 많이 하지만 이것저것 많이 보죠. 픽사 애니메이션이나 팀 버튼 영화도 좋아하고 데이빗 린치 감독도 좋아해요. 중구난방이에요. 만화 <원피스>, <괴짜가족>도 즐겨 봐요. 세상엔 심오한 철학책도 가벼운 만화책도 다 존재해야 한다고 믿어요. 근데 억지로 이야기를 만들어내거나 억지로 감정 잡는 건 싫어요. 가식적이고 부자연스럽게 과장된 것들은 못 참겠어요. 명품 로고 크게 박힌 옷을 입는 느낌이에요.


질문

그럼 안무가로서 작품을 구성할 때는 어떤 부분에 신경 써요?

옛날에는 사람들을 저랑 똑같이 만들려고 했어요. 순서 가르치고 완벽하게 트레이닝 하고, 나도 힘들고 그들도 힘들고. 잘해봐야 내 머리 속에 있는 만큼만 나왔어요. 근데 개개인을 관찰하고 그들의 괜찮은 점들을 끌어내려고 하니까 내 머리 속에 있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게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사람들의 퍼스낼리티를 유심히 관찰하는 편이에요.




질문

<댄싱9>을 통해 인식이 바뀌긴 했지만 아직까지 관객들은 현대무용을 쉽게 느끼지 않는 것 같아요.

사실 작품을 만드는 사람의 문제가 제일 크지 않을까요? 예술가인 척, 철학적인 척, 어려운 이야기인 척 하다 보면 관객은 당연히 거리감을 느끼겠죠. 어려운 얘기를 어렵게 푸는 건 쉽고 유혹도 많아요. 그렇다고 관객에 맞게 수준을 낮춰야겠다, 이건 되게 오만한 생각이거든요. 수준 높은 좋은 작품을 내 놓아야 하는 건 맞는 거예요. 그 접점을 찾는 게 숙제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무용 같은 예술 공연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교육이나 시스템적인 부분도 뒷받침 돼 주어야 하고요.


질문

<SNOW WHITE>에서 중점적으로 보고 싶은 포인트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에요?

전체적인 스토리를 어떻게 이어나갈 지가 제일 궁금해요. 원작을 차용하는 경우엔 스토리에 따른 장면 장면이 있어요... 좋은 작품들은 각 씬의 연결을 굉장히 매끄럽게 표현해내거든요. 또 하나는 직업병인데, 관객들의 반응을 많이 살필 것 같아요. 혹시 조는 사람은 없는지 중간중간 둘러 볼 거예요(웃음).


질문

관객들과는 언제 만날 건가요. 준비 중인 작품 있어요?

안 그래도 12월 30일, 31일에 공연이 잡혔어요. 아이고, 연말에 누가 무용 공연을 보러 오실지 모르겠네요. 제목이 <안녕>인데 “안녕”이라는 말이 참 묘한 구석이 있잖아요. 만날 때인지 헤어질 때인지 모를 인사의 뜻도 있고. 이건 역마살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전셋집을 이동해 다니는 도시형 유목민이랄까요? 물론 이 모든 걸 섞어서 재미있게 풀어낼 거예요. 심각한 건 재미없잖아요. 궁금하신 분들은 보러 오세요, <안녕>.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무용가 김설진의 머리 속 이야기들처럼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6 <SNOW WHITE>는 여러분의 상상력을 자극할 겁니다. 원작에 가깝게 재현된 백설공주의 잔혹하고도 매혹적인 스토리.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들을 그와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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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스마일맨 2014.10.31 17:34 신고

    인터뷰 잘 보고 갑니다 .


  • 특별강연 일시 / 장소	특별강연 일시 / 장소

    11월 14일(금) 18:30 ~ 19:00 / 예술의전당 무궁화 홀
  • 응모기간응모기간

    10월 30일(목) - 11월 05일(수)
  • 당첨자 발표당첨자 발표

    11월 6일(목) 공지 및 개별 당첨 안내
  • 응모방법응모방법

    1. 1.
      현대카드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hyundaicard)의 특별강연 초대 이벤트 포스팅에 공연에 함께 가고 싶은 친구를 태그해주세요.
    2. 2.
      컬처프로젝트 16 Snow White의 등장인물 중 가장 기대가 되는 캐릭터와 그 이유를 댓글로 달아주세요.
  • 컬처프로젝트 16 Snow White의 등장인물컬처프로젝트 16 Snow White의 등장인물

    • *
      당첨자 및 동반 1인까지 특별강연 참석 가능
    • *
      특별강연 종료 후 14일(금) 오후 8시 공연 관람 (B석 티켓 2매 제공)
    • *
      당첨자 25명은 발레단 측에서 직접 선발
    • *
      오픈 리허설 및 특별 강연 시간, 장소 등 세부 내용은 당첨자 대상으로 개별 공지
    • *
      11월 9일(일)까지 회신이 없거나, 수신 거부 등의 이유로 메시지 확인 불가 시 당첨 취소
    • *
      특별강연 시각, 장소 등 세부 내용은 발레단 사정에 따라 변동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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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uperseries.tistory.com 슈퍼시리즈 2014.11.04 13:50 신고

    안녕하세요,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블로그 담당자입니다.
    당사 블로그 운영 정책에 따라 해당 포스트 내용과 무관한 기업 이미지를 침해할 의도가 담긴 댓글로 삭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댄싱9>을 봤던 사람들은 누구나 그녀의 이름을 기억할 겁니다. 소름 끼칠 정도로 완벽하고 아름다운 무대를 펼쳤던 현대무용수 최수진. 그녀를 만나 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곧 있을 <SNOW WHITE>의 공연 영상도 함께 보면서요.





질문

<댄싱9> 끝나고 어떻게 지냈어요?

저는 지금도 <댄싱9>을 찍고 있는 기분이에요. 갈라쇼까지 끝이 난 상태지만 인터뷰에 화보 촬영에 바쁜 날들이죠. 요즘엔 최수진 컴퍼니를 통해 안무가로도 작품을 준비하고 있고요. 다양한 분야와 콜라보레이션하는 모습을 보여 드릴 거예요.


질문

시더 레이크 컨템포러리 발레단을 떠나 귀국해 <댄싱9>부터 최수진 컴퍼니까지, ‘최수진’은 이미 월드 클래스였고 최고의 무용수였는데 굳이 한국에서의 새로운 길을 택했어요.

내 춤을 만들고 내 이야기를 펼쳐 보이고 싶었어요. 무용단에 소속된 무용수로서는 한계가 있는 부분이죠. 막상 나와 보니까 힘들기도 해요. 춤도 춰야 하고 안무도 해야 하고. 그래도 아직은 될 수 있는 대로 춤을 많이 출 거예요. 안무가로서 작품을 할 기회가 오면 받아들일 거고요. 지금은 <ALONE>이란 작품을 준비 중인데 김수로 씨가 프로듀싱을 하고 제가 안무를 맡았어요. 무대 미술부터 무용수들이 등장하는 방식까지 여러분들이 느끼시기에 굉장히 새로운 형식이 될 거예요. 하나하나 직접 챙기고 있는데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저한테는 익숙한 작업들이죠. 뉴욕 시더 레이크에 있으면서 늘 보고 해왔던 것들이니까요.




질문

시더 레이크 컨템포러리 발레단도 상당히 실험적인 작품들을 공연하고 있죠.

네, 맞아요. 무대도 마치 설치미술처럼 공을 들이고 파격적인 연출을 하기도 해요. 와이어에 매달린 채 춤을 춘 적도 있다니까요. 무용단 안에서 저는 백지 같은 이미지였어요. 단장님이 프랑스분이었는데 저에게 동양적인 신비로움이랄까? 그런 걸 캐치하신 것 같아요. 백지 위에 다양한 색깔을 입힐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셨죠.


질문

이번에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6 <SNOW WHITE>를 통해 내한하는 앙쥴렝 프렐조카쥬(Angelin Preljocaj)의 공연을 본 적 있어요?

보다마다요. 저 그분 작품에 출연했었어요. <ANNONCIATION>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여자 무용수 둘이서 이끌어가는 극이에요. 인간과 천사가 등장하는 스토리인데 뭔가 동양적인 정서적 끌림을 받았어요. 극의 내용이 난해하기도 하고 테크닉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여성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끌어내는 매력이 강하게 느껴졌죠. <SNOW WHITE>도 스토리 안에서 백설공주와 왕비가 큰 축이 되잖아요. 이번엔 또 여자 무용수들의 어떤 감성을 이끌어낼지 그런 면에서 기대가 많이 돼요.


질문

<SNOW WHITE>의 백설공주와 왕비, 두 역할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어느 쪽이에요?

왕비요. 다 알면서 물어보시는 거 아니죠?(웃음) 사실 저 굉장히 평온하고 차분한 여자예요. 근데 확실히 센 캐릭터를 표현할 때가 더 재미있어요. 예쁜 공주보다는 잔인하고 강인한 왕비가 캐릭터 안에 여러 가지 면을 담아낼 여지가 더 많을 것 같아요.




질문

<SNOW WHITE>에서 왕비는 하이힐을 신고 등장해요.

영상 봤어요. 하이힐도 그렇지만 무대 의상이 전체적으로 다 독특하고 아름다웠어요. 입어보고 싶을 만큼.


질문

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가 <SNOW WHITE>의 무대 의상을 디자인했어요.

어쩐지. 백설공주만 해도 흰 드레스에 과감한 컷팅이 되어 있잖아요. 파격적이고 관능적이에요. 여자들이 한껏 차려 입고 나섰을 때 자신감이 생기는 것처럼 무용수도 캐릭터에 맞는 근사한 옷을 입었을 때 기분 좋은 자신감이 생겨요. 장 폴 고티에와 무용단이 함께 작업하면서 서로 영감을 주고 받았을 거라 생각해요. 분명히 작품에 영향을 끼쳤을 거예요. 의상 디자인에 따라 안무의 디테일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했을 거고요. 저도 옷을 디자인하거든요. 이 의상실도 직접 꾸리고 있고요. 전체적인 실루엣이라든지 컬러에 신경을 많이 써요. 아, 저에게도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의 의상을 입을 날이 오겠죠? 연락주세요(웃음).


질문

아직까지 국내 관객들은 발레나 현대무용을 어렵게 느끼는 것 같아요. 해외에서 공연할 땐 어땠어요?

무용수로서 가장 큰 기쁨은 많은 관객을 만나는 거거든요. 생전 가보지 않았던 나라의 관객들 앞에서 춤 하나로 박수 받고 인정 받고. 그게 인생의 가장 큰 보람이에요. 아무래도 외국은 발레나 현대무용의 역사가 더 깊기 때문에 사람들이 공연을 보는 게 자연스러워요. 영화나 연극 보듯이 무용 공연을 즐겨 찾는 거죠. 외국에선 현대무용을 2주씩 공연하는 일이 흔해요. 그래도 전석 매진이 되고요. 관객 연령층도 참 다양하죠. 우리나라에도 더 많은 무용 공연이 생기고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찾아 오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질문

관객들에겐 <SNOW WHITE>같은 ‘컨템포러리 발레’라는 장르가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어요.

컨템포러리 발레에는 현대무용과 발레의 특징이 섞여 있어요.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클래식 발레보다 자유롭고 여러 가지 동작과 테크닉을 보여줄 수가 있는 거죠. 토슈즈를 신지 않아도 되니까 무용수들의 부담감도 덜하고. 발레에는 스토리란 틀이 있거든요. 그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즐기시면 돼요. <SNOW WHITE>같은 경우는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를 각색한 작품이라 현대무용에서 느껴지는 난해함은 더 사라지겠죠. 다른 작품에 비해 접근하기가 쉬울 거예요. 퇴근하고 공연 보러 와서 여기에서까지 머리 쓸 필요는 없잖아요. 작품을 해석하려 애쓰기 보다 단순하게 춤에서 느껴지는 감성을 즐기세요. 막상 눈앞에서 보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실 거예요.


질문

<SNOW WHITE>관람할 거죠? 어떤 점이 기대 돼요?

일단 백설공주라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냈을 지가 궁금해요. 여러모로 상상할 여지를 많이 주는 작품이에요. 사과를 배어 무는 백설공주의 비극적인 움직임, 사과를 먹이는 왕비의 잔인함. 이런 장면들이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가 돼요. 의상이나 무대 미술 같은 비주얼도 유심히 볼 거고, 또 미리 영상을 봤는데 음악도 오케스트라가 옆에 있는 것처럼 웅장했어요. 무엇보다 오랜만에 앙쥴랭 프렐조카쥬의 안무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커요. 자신의 스타일에 대한 방향성이 정확하고 몸의 움직임과 선에 굉장히 공을 들이는 분이에요. 제가 했던 작품은 두 명이서 하는 소극장 공연이었는데 <SNOW WHITE>는 스케일이 크잖아요. 이 큰 무대를 어떻게 채워나갈지 직접 보고 싶어요. 저 첫날 가서 인사드릴 거예요. 아마 깜짝 놀라시겠죠.




질문

올해도 몇 달 안 남았어요. 어떻게 마무리 할 게획이에요?

11월 말쯤에 <댄싱9> 시즌 1, 2 출연자들이 모여 공연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제의가 들어와서 영상을 하나 촬영할 예정이에요. 새롭게 나올 영화 007 시리즈를 위한 오마주 필름인데 제가 안무를 맡고 춤도 춰요. 동갑 내기 친구인 이루다와 이윤희도 같이 찍을 거예요. 아마 외국에서 먼저 공개되지 않을까 싶네요. 12월부터는 제 작품 <ALONE>도 선을 보일 테니까 많이 찾아와 주세요.





사람의 몸을 움직이는 춤은 무엇보다 원초적이고 아름다운 예술입니다. 그녀의 말처럼 우리는 보고 느끼며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죠. <SNOW WHITE>와 함께 그 마법 같은 순간을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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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의 16번째 컬처프로젝트로 세계적인 프렐조카쥬 발레단의 'Snow White(스노우 화이트)'가 선정되었다. 발레 프렐조카쥬는 고전 발레와 현대무용을 접목한 안무와 파격적인 무대 연출로 유명한 프랑스 발레단이다. 영상물로만 접하다가 처음으로 눈 앞에서 직접 관람하게 된 2012년 국제현대무용제(MODAFE) 폐막작 <발레 프렐조카쥬>는 충격 그 자체였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발레 프렐조카쥬의 다른 작품들도 꼭 관람하고 싶었는데 그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다가오는 11월, 국내 초연을 앞둔 <스노우 화이트>를 미리 만나보았다.


발레 프렐조카쥬의 또 다른 대표작인 <로미오와 줄리엣>은 "제어할 수 없으며 불안정하고 어리석은 사랑"을 다소 폭력적인 느낌으로 재해석한 반면, <스노우 화이트>에 대해서는 사랑에 눈 떠가는 여성의 모습을 매우 감각적이면서도 파격적으로 표현했다. 우아하고 섹시한 무대가 보는 이를 두근두근하게 만든다는 것은 프렐조카쥬가 보여주는 <스노우 화이트>의 큰 특징. 이 작품은 이미 지난 2009년 '프랑스 언론연합'이 뛰어난 문화·예술 작품에 수여하는 '글로브 크리스탈(Globe de Cristal)'을 수상했고, 미국 뉴욕의 링컨 센터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무대에서 공연됐다.



상상불가! 놀랍도록 강렬한 무대
 

 

 

스노우 화이트가 태어나고 자란 왕궁의 모습부터가 파격적이다.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의 궁전은 온데간데 없다. 막이 오르면 불길한 느낌의 안개가 피어 오르고 만삭의 왕비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등장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세상사가 그러하듯, 만인이 우러러보는 부와 권력의 상징인 호화로운 궁전이지만 깊고 깊은 내부로 들어가 보면 분명 어둡고 비밀스런 공간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노우 화이트의 엄마인 왕비가 스노우 화이트를 낳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은 동화를 통해 잘 알려진 일이지만 그 고통으로 서두를 열었다는 점에서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죽은 왕비의 품에 있던 스노우 화이트를 받아 든 왕. 왕의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고전 발레는 정해진 동작과 약속된 포즈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고 과장된 표정으로 그것을 전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프렐조카쥬의 발레 작품들은 인물들의 표정과 춤이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희극처럼 자연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왕비 없이 아이를 키우는 왕의 모습은 불과 3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묘사되는데, 아이를 어르는 장면에서 궁전 기둥 모양의 패널을 통과하면 작은 여자아이로 바뀌고 아버지와 딸이 즐겁게 춤을 추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사랑스러운 딸 아이를 바라보는 왕의 행복한 표정은 다시 패널을 통과하면서 어엿한 숙녀로 바뀐 백설공주를 바라보는 흐뭇한 표정으로 바뀐다.
 


매우 '고티에'스러운 파격 무대 의상


의상은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가 디자인했다. 발레 의상을 위한 장 폴 고티에 에디션이라니… 공연 내내 무대 의상으로 재현된 특유의 위트 넘치는 하이 패션을 감상하며 새로운 스노우 화이트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전에도 영화 '제5원소' '나쁜 영화' 등의 의상 감독으로 참여한 적이 있는 고티에는 등장인물들의 의상에 섹슈얼리티를 강조해왔다.


시스루는 물론, 리본 테이프를 연상시키는 분할법,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누드 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드라진 것은 기저귀를 연상시킬 정도로 두 다리를 드러나게 만든 하이 레그 디자인의 스노우 화이트 의상이다. 현대무용에서는 전라의 공연도 일반적이라지만 이렇게 보일 듯 말듯한 위태로운 디자인은 특히 마지막까지 긴장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 왕비의 의상. 고티에의 시그너처 향수 병 디자인을 보는 듯한 의상의 왕비는 등장부터 위압적이고 강렬하다. 토슈즈를 신지 않은 무용수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하이힐의 부츠를 신고 드레스의 후면은 길게 살리고, 앞 부분은 가터벨트를 연상시키는 비키니 팬티로 되어 있다.

 




왕비의 곁에는 항상 두 마리의 검은 고양이가 함께 하는데 왕비의 동작이 절도 있고 강렬한 반면, 고양이들의 동작은 치명적인 유혹이 느껴진다. 결말 부분 왕비의 음모가 만천하에 드러나 왕비의 자리에서 쫓겨나면서 왕비의 의상이 군인들에 의해 벗겨지는 장면에서는 수영복을 연상시키는 섹시한 검은 속옷이 드러나는데 놓칠 수 없는 마무리다.



관객의 감동 수위까지 조절하는 절묘한 음악

스노우 화이트의 음악은 체코 출신의 낭만파 음악 작곡가인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을 활용했다. 일부분을 발췌하거나 다양한 작품의 다른 악장들을 엮어서 익숙한 듯 전혀 색다른 음악으로 현대발레의 특징을 잘 살려냈다. 스노우 화이트가 궁전에서 쫓겨나 난쟁이들이 사는 광산마을에서 잠들었을 때 광산에서 일하고 돌아온 난쟁이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 난쟁이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무용수들이 모두 특전사 출신인가 놀랄 정도로 엄청난 레펠 실력을 자랑하는데 역 레펠, 측방 점프 등의 어려운 동작뿐만 아니라 난쟁이의 자세로 마치 줄이 없는 것처럼 광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안무가 연출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장면의 배경 음악은 말러의 교향곡 1번 <타이탄>이 흘러나온다는 점이다. 정말 감동이 최고조로 증폭된 순간이었다. 거인족 중에서 가장 우수하고 현명하며 질서 정연한 태도로 항상 냉정하게 대처하는 종족이 바로 타이탄이다. <스노우 화이트>라는 동화 속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위대한 역할의 일곱 난쟁이들에 안성맞춤인 곡이 아닌가!

스노우 화이트가 독이 든 사과를 먹고 깨어날 때의 사용된 교향곡 5번 <아다지에토>는 단연 최고다. 동화에서는 스노우 화이트를 잠에서 깨운 왕자가 지나가던 이웃나라 왕자였지만 이 작품 안에서는 왕자가 작품의 초반에서, 스노우 화이트가 성인이 되는 생일파티에서, 사랑에 눈 뜨는 장면에서 총 세 번 등장한다. 이 때문에 후반에 마녀에 의해 이별의 아픔을 겪고, 결국 스노우 화이트가 죽음에 이른 것을 알고 절규하는 장면이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된다.




 

왕자가 죽은 스노우 화이트의 시체를 부둥켜안고 추는 파드되(Pas de deux)는 명불허전. 놓칠 수 없는 명장면 중의 명장면이다. 죽은 시체를 끌어안고 격렬한 춤을 추는 바람에 목에서 걸렸던 사과 조각이 튀어나와 서서히 잠에서 깨는 스노우 화이트와 이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놀란 왕자. (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 설정인가! 키스만으로 잠이 깨는 연출보다 훨씬 신선하고 의학적이기까지 하다.) 스노우 화이트는 놀란 왕자를 달래듯 부드럽게 춤을 리드한다. 독 사과를 뱉어내기 전까지의 비장함과 연인을 다시 만나 행복해지는 달콤함의 극명한 대비가 절묘한 음악과 어우러져 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쥐락펴락한다.



익숙한 듯 낯선 구성, 이보다 더 극적일 순 없다

발레에서 기본적으로 보이는 춤 동작은 이 작품에선 기대하기 어렵다. 각국의 민속 댄스, 스윙, 브레이크 댄스뿐만 아니라 올챙이 동요가 연상되는 일명 ‘꼬물이 춤’이나 엉덩이 댄스 등 유쾌하고 파격적인 안무가 요소요소 등장한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것이 발레라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발레인 듯 발레 아닌 발레 같은 것이 바로 스노우 화이트의 매력이 아닐까?
 
스토리도 마찬가지다. 분명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동화임에도 낯설고 이질적인 부분이 있다. 그래서인지 ‘프렐조카쥬는 왜 이런 장면을 연출했을까’하고 자꾸만 의도를 탐구하게 된다. 특히 스노우 화이트의 엄마가 등장하는 그로테스크한 시작과,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죽은 스노우 화이트에게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죽은 엄마의 등장, 그리고 '그들은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아닌 잔혹하게 느껴지는 마녀의 최후는 관람 후에도 오래도록 잔상이 남는 부분이다.



마법 같은 공연

 



마법의 거울은 정말 말 그대로 마법 그 자체였다. 이 장면을 과연 어떻게 표현한 것인지 난쟁이들이 등장하는 장면과 더불어 가장 호기심이 생겼던 부분이다. 당장 무대 위로 뛰어올라가 나를 마법의 거울에 비춰보고 싶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무엇일까? 있는 그대로의 내가 보일지, 아님 나의 일그러진 욕망이 보일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당신은 이미 마법처럼 짧은 가을의 끝자락, 11월에 펼쳐지는 마법 같은 공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6 Snow Whtie에 이미 초대되었다.

 





Writer. 소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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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uperseries.tistory.com 슈퍼시리즈 2014.11.04 13:50 신고

    안녕하세요,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블로그 담당자입니다.
    당사 블로그 운영 정책에 따라 해당 포스트 내용과 무관한 기업 이미지를 침해할 의도가 담긴 댓글로 삭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정말 다 벗습니까?” “대체 벗는 이유가 뭔가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6 Snow White를 통해 다시 한 번 한국을 찾는 프랑스의 안무가 앙쥴렝 프렐조카쥬(이하 프렐조카쥬)가 2003년 10월, 그의 또 다른 대표작 ‘봄의 제전’을 들고 내한했을 당시 그를 향한 한국 기자들의 관심은 작품성이나 예술성이 아닌 그저 ‘누드’에 집중됐다. 주최 측 사무실에는 연일 “누드 공연을 하는 게 맞느냐”는 전화가 빗발칠 정도로 대중의 관심은 뜨거웠다. 한국 무용계에는 다시금 ‘벗는 무용’이 화두로 떠올랐다. 프렐조카쥬는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고 ‘공연에 대해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으며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공연을 보여줄 것’이라는 말로 그가 지향하는 바를 함축했다.


1913년 초연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이제껏 들어볼 수 없었던 그로테스크한 음색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봄의 신을 예찬하기 위해 산 제물을 바치는 이교도의 의식을 소재로 하는 이 곡은 배경만큼이나 그 선율 또한 음울하고 강렬하다. 초연 무대에는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 바슬라프 니진스키의 무용이 공연됐다. 슬라브 민족의 의상을 입고 무대를 쾅쾅 내리찧는 춤은 음악과 더불어 관객들에게 놀랄만한 시·청각적 자극으로 다가왔다.


초연 이후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화두가 되는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일까. 홀수로 떨어지는 박자와 강렬한 리듬, 곡 전체를 손안에서 주무르듯 강약을 오가는 선율이 이어진다. 쉴 새 없이 변화하는 박자는 인간의 내재된 본능을 깨우고, 곡 전반에 가미된 민족적인 선율은 배경이 되는 이교도의 의식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그렇게 스트라빈스키는 자신이 가진 ‘실험성’을 무기로 기존 러시아 음악의 틀을 깨고 새로운 음악을 창조해냈다.



당대 최고의 안무가들이 도전한 ‘봄의 제전’


ⓒ Ulli Weiss



모리스 베자르 버전(1959)의 ‘봄의 제전’에서 무용수들은 자연을 닮은 짙은 초록색과 황갈색의 유니타이즈를 입고 등장한다. ‘대지를 향한 경배’에서는 무작위로 땅을 구르며 뛰고 기계적인 동작을 행하며 베자르 스타일의 안무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전반부에는 남성 무용수, 후반부에는 여성 무용수 군무가 등장해 움직임의 대비를 나타내는 한편, 마지막에는 이들이 섞이고 한 커플의 무용수가 위로 들어올려지며 마무리된다. 제의로 인해 희생되는 여성의 모습이 아니라 제의 가운데 탄생한 성애를 보여주는 것이다.



ⓒ Opéra national de Paris2



‘탄츠테아터’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시하며 현대무용의 새 장을 연 피나 바우쉬(1975)의 ‘봄의 제전’ 역시 무용수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2012년 개봉한 영화 ‘피나’를 통해 더욱 유명해진 ‘봄의 제전’은 섬세하면서도 거칠게 표현된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펼쳐진다. 대지를 상징하는 흙이 바닥에 깔리고 그 위에서는 무용수들이 얽히고설키며 제물로 바쳐질 한 사람을 골라낸다. 자신의 신체를 때려 소리를 낸다든가, 입을 크게 벌리고 놀랄만한 에너지로 팔짝 뛰는 동작들이 공포스러운 상황을 대변한다. 봄의 신에 바쳐질 제물로 간택된 무용수에게는 붉은 색의 드레스가 입혀지는데, 홀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춤은 두려움과 광기로 넘치다 못해 정적인 슬픔으로 귀결되는 것이 인상적이다.



프렐조카쥬, 스트라빈스키를 요리하다


2000년대 들어 발표한 프렐조카쥬 버전(2001)은 이전에 나온 작품들과는 색다른 ‘봄의 제전’이다. 이 작품을 다룬 대부분의 안무가들이 신체와 비슷한 색의 의상을 선택했던 것과는 달리 프렐조카쥬는 무용수들에게 다양한 색상의 평상복을 입혔다. 작품이 진행되면서 점차 탈의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무용수들의 신체에 주목한 것이다. 제물로 지목된 여성 무용수는 마지막에 이르러 전라의 상태로 춤을 추게 된다. 그리고 이 ‘벗겨진 몸’은 제의로 하여금 희생된 여성을 대변한다.



ⓒ Jean-Claude Carbonne



음악을 활용하는 방법 역시 독특하다. 무대 위로 쏟아지는 강렬한 선율에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구조화된 안무를 선보인다. 마치 스트라빈스키가 휘갈긴 음악을 프렐조카쥬가 재정리하는 듯하다. 곡 중간중간에 존재하는 쉼표의 미학은 긴장감 있게 살려냈다. 여섯 명의 여성 무용수와 또 다른 여섯 명의 남성 무용수는 각각 군무를 이루기도 하고 함께 춤을 추기도 하는데, 무용수가 아닌 평범한 사회 구성원들을 보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무대의 중앙에는 푸른 잔디가 깔린 언덕 모양의 구조물이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다. 이 구조물은 필요에 따라 여섯 조각으로 나뉘어 사용되기도 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는 다시 하나로 합쳐지며 제물을 던져 넣는 장치가 된다.





프렐조카쥬의 안무는 40여 분의 러닝타임을 그야말로 ‘콤팩트(compact)’하게 사용한다. 여성 무용수들이 등장해 속옷을 내리고 발목에 건채 춤을 추는 장면에서부터 남성 무용수들이 상의를 탈의하고, 결국은 제물인 무용수가 전라의 상태가 되기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여섯 커플의 무용수들은 격렬한 스트라빈스키의 리듬에 맞춰 빠르고 신속한 움직임으로, 부드럽지만 그 안에 힘이 존재하는 춤을 선보인다. 누워서 몸을 튕긴다거나 서로의 몸을 부딪치는 장면들은 신체의 역동성과 탄력성이 넘친다.



ⓒ Regine Will, Courtesy BAM



화제의 마지막 장면은 ‘봄의 제전’의 창작 의도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다수의 남녀에게 옷이 벗겨진 무용수는 홀로 춤을 추고, 나머지 무용수들은 그녀를 둘러싸고 둥그렇게 돌며 제의를 치른다. 제물이 된 여성 무용수가 추는 춤은 어떠한 절규나 오열 없이도 그 두려움을 온전히 드러내고, 강렬한 마지막 음과 함께 쓰러진 무용수를 오래도록 비추는 마지막 순간은 긴 여운을 남긴다.


앙쥴렝 프렐조카쥬는 첫 내한이었던 1996년 발레뤼스에 대한 오마주인 ‘퍼레이드’ ‘장미의 정령’ ‘결혼’을 공연한데 이어 2003년 ‘헬리콥터’와 ‘봄의 제전’으로 무용 관객들 사이에 자신의 입지를 넓혔다. 특히 ‘봄의 제전’은 누드에 집착하던 관객들에게 ‘예술’과 ‘외설’의 차이를 각인시킨 작품이었다. 최근에 내한한 2012년 국제현대무용제(MoDaFe)에서는 혼돈스러운 세상 속 인간의 두려움과 불안을 다룬 ‘그리고, 천 년의 평화’로 다양한 작품세계를 보여줬다. 그리고 2014년에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를 통하여 그의 예술관을 응집한 작품 Snow White로 관객들을 만난다. 그가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Writer. 김태희

무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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