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프로젝트 14 존 메이어/현장스케치' (1건)


데뷔 13년 만의 한국을 첫 방문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열네 번째 주인공 John Mayer. 공연을 하루 앞두고 존 메이어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드디어 한국땅을 밟았다. 지난 여름 발매된 정규앨범 <Paradise Valley>커버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듯한 모습으로 공항 게이트를 나온 존 메이어는 자신을 마중 나온 팬들에게 살갑게 인사를 건네며 일일이 화답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진심으로 팬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며 왜 그가 이토록 뜨겁게 사랑 받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190cm가 넘는 큰 키의 그가 성큼성큼 공항을 빠져나가는 걸음걸이에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4 John Mayer 공연 포스터에 적혀 있던 문구가 떠올랐다. “신은 가끔 불공평하다.”





존 메이어의 노래 제목처럼, ‘Waiting on the day’


이번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열 네 번째 공연은 이전의 컬처프로젝트 공연들과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티켓 박스, 인포메이션 부스와 작은 규모의 머천다이즈 부스를 제외하곤 일체의 장식이 눈에 띄지 않았고 담백한 분위기로 꾸며졌다. 그 이유는 존 메이어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남긴 메시지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Thanks for allowing myself/band/crew to play for you amidst such a heavy and painful time in your country. You’ve embraced me with open arms and I’ll never forget it.” 





관객들은 대기장소에 설치된 ‘인포메이션’ 부스에서 저마다 투명한 물병을 하나씩 받아갔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현장에서 매번 볼 수 있는 ‘잇 워터(it water)’는 이제 또 하나의 티켓 같은 기분이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4 John Mayer가 안겨준 희소식 중 하나는 바로 ‘피크닉 존’이었다. 라이브 공연 예매를 앞두고 우리는 마우스를 붙든 채 지난한 갈등을 겪곤 한다. 주인공을 가까이서 영접하는 대가로 공연 내내 서 있어야 하는 스탠딩석을 택할 것인가, 편하게 앉아있는 대신 무대에서 다소 떨어진 지정석을 택할 것인가. 음악에 대한 열정이 퇴색하진 않았지만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앉아있어야 하는 분들을 위해 피크닉 존이라는 돌파구가 마련되었다.






잠실 종합운동장 내에서도 북서쪽 가장 끝 구역에 자리잡은 보조경기장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탁월한 실외 공연장이다.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바로 이 장소에서 지난 2012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7 EMINEM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피크닉 존은 스탠딩석과 지정석 사이 공간에 마련됐다. 이 피크닉 존에서만큼은 간단한 다과 및 음료를 즐기는 일이 가능했다. 돗자리, 담요, 방석을 챙겨온 관객들은 대형 음악 페스티벌에 온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첫 내한공연을 함께 한 팬들





피크닉 존에서는 일찌감치 입장해 돗자리에 누워 쉬는 관객, 피크닉 바구니에 접시와 과일 등을 준비해와 제대로 기분을 낸 관객,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는 관객 등이 보였다.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며 공연 시작을 기다리던 남녀는 시간을 알차게 활용했다. 모든 관객들이 공연 시작과 함께 바로 일어섰지만, 틈틈이 돗자리에 앉아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존 메이어는 여자들을 유혹하는 대표적인 아티스트이지만, 물론 남자 팬도 많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4 John Mayer에서는 남자 관객끼리 온 분들도 많았다. 자전거를 지니고 공연장을 찾은 한 남자 관객은 방송사의 세트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밴드 활동을 하는 분이었는데, 밴드에서 백킹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다고 했다. 당연히 존 메이어 곡을 연주해봤을 거라 짐작했는데, 열기가 달아오른 와중에 숙연하게 한마디 했다. “감히 연주 못하죠. 톤 잡기도 너무 어렵고요.”그가 속한 독특한 이름의 밴드명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밝히지 않는다. 잠깐 들려준 그 밴드의 음악은 범상치 않게 신나는 로큰롤이었다. 





힘찬 걸음으로 재빨리 입장하시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김종진, 전태관님을 발견!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존 메이어의 라이브 연주 중 가장 기대되는 곡으로 ‘Gravity’를 꼽았다. ‘Gravity’는 이번 공연의 가장 마지막, 앵콜 곡으로 등장했다.




공연장 입성에 앞서 출입구 앞에서 서로 기념 사진을 찍어주던 두 친구, 패션 모델과 건축 디자이너라는 이 관객은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Your Stage Is A Wonderland.”





존 메이어는 칼같이 저녁 7시에 무대에 올랐고 자신을 포함해 모든 멤버들의 가슴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그는 공연 머천다이즈 판매 수익금 전액을 세월호 구호 활동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진심이 느껴지는 태도와 기타를 자주 바꿔가며 거의 모든 곡에서 선보인 현란한 솔로 연주는 존 메이어가 왜 존 메이어인지 알게 해준 시간이었다. 비록 해가 저물고 나서는 날씨가 쌀쌀해졌지만, 공연 전 날인 어린이날 밤, 싸늘한 바람이 불었던 걸 생각하면 천만다행이었다. 곡과 곡 사이, 환호하는 관객의 목소리를 들은 존 메이어는 마이크에 입을 대지 않은 채 몇 번 “I Love You, too”라고 화답했고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이번에 데뷔 13년 만에 첫 내한을 했으니 다음에도 13년 만에 한국에 오지 않을까라며 농담을 건넸지만, 그가 공연 내내 던진 말들을 곱씹어볼 때 왠지 더 빠른 시일 내에 한국을 다시 찾을 것만 같다. 그가 선사할 ‘Wonderland’를 또 한번 경험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Writer. 진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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