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콘서트 21 CITYBREAK 2014/스토리' (18건)


소리 지르는 네가, 음악에 미치는 네가 챔피언이라면, 상암벌에는 수많은 챔피언들이 있었다. 진정 즐길 줄 아는 이 나라의 챔피언들이었다. 양일간의 헤드라이너는 비록 해외 음악가들이었지만, 국내의 음악가들도 그에 못지않게 많은 인기를 모았다. 넬(Nell), 이적 등은 헤드라이너 부럽지 않게 많은 관객 앞에서 노래하고 환호를 이끌어냈다. 싸이(PSY)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그 가운데 한 명이었다.





로커의 꿈


농담처럼 싸이의 내한공연이란 말을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싸이의 출연을 두고 다소 논란이 있었다. 뮤직 페스티벌을 곧 록 페스티벌로 이해하는 이들로 인해 생긴 오해이자 논란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싸이는 밴드 편성으로 무대에 올랐다. 새로운 세션으로 색다른 맛을 전해줌과 동시에 원곡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부분들은 그대로 가져가는 편곡 방식을 취했다. 싸이의 노래에서 화끈한 기타 솔로를 듣는 것도 이색적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38살이 된 지금까지도 로커의 꿈을 꿔왔다는 이 월드 스타는 시티브레이크 무대를 통해 어느 정도 그 꿈을 이울 수 있었다.


정규 새 앨범이 나와 봐야 알 수 있는 일이겠지만 공연을 앞두고 스눕 독(Snoop Dogg)과 먼저 공개한 싱글 'Hangover'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래서일까. 세트리스트에는 이 노래가 빠져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공연을 가장 잘하는 가수 가운데 하나로 정평이 나있는 싸이는 여전히 건재한 상태다. 월드스타나 해외진출 같은 거창한 수사를 빼더라도 그는 여전히 수만의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쇼의 주인공이었다.





놀 줄 아는 가수와 놀기 위해 온 관객

 

공연을 보면 볼수록 히트곡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공연에서 히트곡의 존재 유무는 정말 중요하다. 그 노래를 어느 지점에 놓고 어느 순간에 터뜨려야 하는지 그 흐름을 짜는 것 역시 아티스트의 역할이다. 그럼 점에서 싸이는 무척이나 편안했을 것이다. 그에게는 조금 과장해서 제목만으로도 관객들을 뛰어놀 수 있게 할 만한 히트곡이 여럿이었다. '챔피언'으로 포문을 연 그는 그곳에 모인 많은 이들을 챔피언으로 만들었다. 경기장은 물론이고 좌석을 가득 채운 이들이 소리를 질렀고 음악에 미쳤다. 또 한 번 싸이는 편안했을 것이다. 소리를 지르라면 지르고, 뛰라면 뛰는, 공연을 즐기기 위해 온 수많은 관객들이 그의 앞에 있었다.


싸이는 쉴 틈 없이 관객을 선동하고 호응을 이끌어냈다. 아마도 그가 공연을 하며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소리 질러!"였을 것이다. '챔피언'으로 시작한 공연은 '연예인', '새', 'Right Now', '낙원', '강남스타일' 등의 히트곡을 곳곳에 배치해놓고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 중년 관객들도 곳곳에서 보였는데 전 연령대에서 이런 큰 호응을 얻은 음악가는 시티브레이크 출연진을 통틀어서 싸이가 독보적이었다. 관객들을 소리 지르고 뛰게 하다가도 '낙원' 같은 노래에서 잠시 쉬어가며 관객들과 편안한 합창의 시간을 갖는 싸이의 모습은 역시 무척이나 능숙해 보였다.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편곡이나 연주도 흥미로웠는데 이번 페스티벌 무대를 위해 주로 록 밴드 편성으로 무대를 꾸렸지만 그렇다고 싸이의 음악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맛을 빼놓지는 않았다. 가령 '강남스타일'은 그 인상적인 인트로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거기에 밴드의 연주를 입혔다. 다수의 댄서들이 무대에 오른 것은 물론이다. 록 밴드와 안무 팀이 함께 무대에 올라 춤을 추고 연주를 하는 독특한 장면이 무대 위에서 펼쳐졌다. 





'강남스타일'과 앙코르 곡으로 이어지는 무대가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시간이 좀 흘렀지만 말춤은 여전한 위력을 갖고 있었다. 경기장 안에 서있던 관객은 물론이고 좌석에 앉아있던 관객까지도 모두 말춤 행렬에 동참했다. 앙코르로 부른 가요 메들리는 공연장에서 싸이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보여주는 것 같았다. '붉은 노을'-'그대에게'-'여행을 떠나요'로 이어지는 국민응원가 수준의 메들리는 열기의 정점을 찍었다. 그는 노래를 잘하는 가수는 아닐 수도 있지만, 남의 노래를 천연덕스럽게 마치 자신의 노래인양 부르며 원곡의 주인공들이 부럽지 않은 환호를 받고 합창을 이끌었다. 이 친숙함이야말로 싸이의 큰 장점일 것이다. 그가 또 한 번 월드스타의 자리에 오를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친숙함과 천연덕스러움을 가지고 그는 계속해서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공연을 즐겁고 뜨겁게 만드는 가수로 롱런할 것이다.





Writer. 김학선

인터넷 음악방송국 '쌈넷' 기자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웹진 '가슴' 편집인, 한겨레신문 대중음악 담당 객원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웹진 '보다' 편집장, 웹진 '백비트' 편집위원,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BS '스페이스 공감' 기획위원, 네이버 '온스테이지' 기획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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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uperseries.kr 슈퍼시리즈 2014.11.12 14: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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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uperseries.kr 슈퍼시리즈 2014.11.17 11: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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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uperseries.kr 슈퍼시리즈 2014.11.19 09: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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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addr | edit/del | reply 홀길 2015.01.06 04:57 신고

    ㅇㅇㅇㅇㅇ


절정의 폭풍우를 이겨낸 랩 '슈퍼스타': Lupe Fiasco


2006년도에 데뷔한 이래 현 미국 힙합씬에서 가장 중요한 아티스로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이가 바로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다. 이번 시티브레이크 2014 라인업 중 거의 유일한 힙합 아티스트 또한 루페 피아스코였는데, 참고로 일전에는 무려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데이빗 번(David Byrne)이 자신의 블로그에 그의 공연을 관람했던 것에 대해 적기도 했던 만큼 굳이 힙합 팬이 아니어도 충분히 즐길만한 공연을 완성해왔던 루페 피아스코였다. 정작 이번 내한 공연이 진행될 당시에는 이런 장르적 문제보다는 환경적 문제가 더 컸다. 아마 이번 페스티벌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비바람이 루페 피아스코의 공연 도중 몰아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의연했다.





DJ 사이먼 세즈(DJ Simon Says)가 먼저 무대 위에 올라온 이후 루페 피아스코가 등장해 최근 공개한 싱글 'Mission'으로 웅대한 서막을 알렸다. 이 곡은 암 퇴치 단체 'Stand Up to Cancer'의 기금마련을 위해 만든 곡이었는데 과거에도 사회참여적인 곡들을 다수 제작해왔던 그다운 행보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었다. 2012년 작 [Food & Liquor II]에 수록된 'Put Em Up'과 'Lamborghini Angels'를 이어 진행시킨 이후 피트 락 앤 CL 스무스(Pete Rock & CL Smooth)의 'T.R.O.Y.'의 비트를 샘플링한 90년대 골든-에라 힙합 바이브로 무장해낸 'Around My Way (Freedom Ain't Free)'로 관객들을 움직여낸다. 여성들에게 바친다는 멘트와 함께 트레이 송즈(Trey Songz)의 파트를 관객들에게 떼창시켜낸 'Out of My Head', 그리고 처음으로 라이브에서 선보인다면서 신곡 'Next To It On'을 싱글 커버를 무대 뒤에 걸어놓은 채 박력 있는 랩으로 이어나간다. 나름 계몽적인 가사를 담고 있는 'Bitch Bad' 역시 관객들에게 떼창을 유도해냈다. 관객들은 그럭저럭 떼창을 해나갔는데 이는 루페 피아스코의 곡을 미리 익히고 갔다기 보다는 왠지 순발력이 좋았던 것처럼 보였다.


소울풀한 레파토리들이 차례로 이어졌다. 에드 시런(Ed Sheeran)의 따스한 노래가 분위기를 더욱 무르익게 만든 'Old School Love', 관객들로 하여금 하늘을 잡아보라고 말한 이후에는 루페 피아스코의 조력자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곡에 피쳐링했던 'Touch the Sky'를 불러내기도 한다. 스케이트 보드를 소재로 한 'Kick Push' 역시 이런 소울풀한 스타일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여성 보컬 파트가 익숙한 'Hip-Hop Saved My Life'와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플로우가 인상적인 'Go Go Gadget Flow'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에게 그래미를 안겨준 몽롱하면서도 격렬한 싱글 'Daydreamin''에서 공연의 분위기는 절정에 달한다.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이 참여한 새 앨범에 수록될 절도 넘치는 신곡 'Crack', 평화에 관한 노래라는 소개와 함께 전쟁 영상을 뒤에 깔아낸 'Battle Scars'가 차례로 전개됐고 곡이 끝날 무렵에는 관객들에게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초기 히트넘버 'Superstar'를 부를 무렵에는 막바지에 아예 꽤나 긴 아카펠라로 곡을 종결 지어내면서 다시 한번 분위기를 뜨겁게 만든다. 듣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곡 'The Show Goes On'으로 비바람 속에 진행된 루페 피아스코의 공연은 뭉클한 피날레를 맞이한다.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리드미컬한 곡들부터 어두운 분위기의 곡들까지 꽤나 다양한 레파토리를 침착하게 이어나갔다. 확실히 그가 왜 같은 세대 랩 스타들과 구분되는 지를 명확하게 증명해낸 퍼포먼스였다. 루페 피아스코가 공연하던 시간 가장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여전히 수많은 관객들은 자리를 지켜냈고, 결국 이런 기상악화도 그 열기를 꺾지 못했다. 비바람 속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루페 피아스코, 그리고 그와 함께 호흡한 관객 모두에게 새삼 박수를 보내고 싶은 무대였다. 관객과 아티스트 서로에게 좋은 피드백이 왕래하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루페 피아스코의 격렬한 라이브로 인해 해외의 한 리뷰어는 그를 두고 '록 스타’라 지칭했던 적이 있었다. 기타도, 드럼도 없었지만 폭풍우가 몰아치던 그날 저녁, 루페 피아스코는 그 누구보다도 록 스타였다.



수많은 밴드들을 압도해낸 다섯 사람의 다채로운 화음: Pentatonix


여타의 악기 없이 오직 다섯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이루어진 아카펠라 그룹 펜타토닉스(Pentatonix)는 현재 전세계에 전례가 없는 돌풍을 일으켜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그룹의 포메이션 특성상 다른 여타의 밴드들과 페스티벌 내에서 경쟁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따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는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공연 내내 관객들은 환호를 멈추지 않았고 악기의 공백 같은 것을 느낄 겨를이 없는 빠르고 다양한 전개가 그들의 레파토리에서 이어져나갔기 때문이다.





국내 페스티벌에 이들이 나올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앨범발매가 이루어져 있지 않음에도 그 열기는 놀라웠다. 몇몇 관람객은 이들의 공연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공연 시작 한참 전부터 무대 앞쪽을 선점하고 있었고, 공연 시작 즈음에는 헤드라이너 공연을 방불케 할 만큼 많은 관객이 컬처스테이지에 자리하고 있었다.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곡들을 이리저리 짜 맞춰 화제를 모았던 다프트 펑크 메들리를 첫 곡으로 선정하면서 순식간에 관객들의 관심을 환기시켜낸다. 이들은 비트박스 멤버도 갖추고 있는데 특히 이런 전자음악을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재연해내는 것은 어떤 진기명기 쇼를 보는 것 같은 기분마저 제공해내곤 했다.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의 곡 'Problem', 그리고 자신들이 가장 초기에 완성했던 레파토리라는 소개 이후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Telephone'을 진행시킨다. 국내에서도 익숙한 <버글스(The Buggles)>의 히트곡 'Video Killed the Radio Star' 역시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냈다. 남성과 여성의 음역대를 오가는 음성을 지닌 미치 그래시(Mitch Grassi)의 목소리는 신비로웠고, 무엇보다 베이스주자인 저음역대의 아비 카플랜(Avi Kaplan)이 멘트를 할 때면 유독 여성관객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숨 쉴 틈을 주지 않는 타이트한 비욘세(Beyonce) 메들리와 이들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된 오디션 프로그램 ‘싱-오프’를 언급한 이후 부른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의 곡 'I Need Your Love', 그리고 펜타토닉스의 자작곡 'Natural Disaster'의 경우엔 곡 시작 전에 관객들에게 후렴구를 연습시킨 이후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경악스러운 화음과 고음 파트가 두드러진 'Aha!', 특유의 여백이 두드러진 로드(Lorde)의 커버곡 'Royals', 끝으로 비트박스 멤버 케빈 올루졸라(Kevin Olusola)의 현란한 랩을 들을 수 있었던 맥클모어 앤 라이언 루이스(Macklemore & Ryan Lewis)의 커버곡 'Thrift Shop'으로 이 놀라운 공연이 종결된다. 곡의 흐름과 가사에 걸맞은 적재적소한 안무 또한 인상적인 편이었고 무엇보다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는 유연함은 다른 여느 밴드들의 퍼포먼스와 비교했을 때 확연히 두드러지는 지점이었다. 인간 목소리의 한계점은 물론, 아카펠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마저 체감해낼 수 있었던 진기하고 드문 경험이다.





Writer. 한상철

불싸조라는 밴드에서 기타를 치며 이런저런 글을 쓰고 있다.

취미는 피구와 우표수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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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적인 관록으로 무장한 꽉찬 안정감: Hoobastank


과거 몇 차례 성공적인 내한공연을 완수해냈던 포스트-그런지 밴드 후바스탱크(Hoobastank)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안정감 있는 사운드를 들려주면서 팬들의 기대치에 부응해내는 공연을 펼쳤다. 데뷔작은 2001년도에 나왔지만 데뷔연도는 1994년이니 어느덧 이들도 결성 20주년을 맞이하는 셈이다. 당일 헤드라이너였던 데프톤즈(Deftones)보다도 더 많은 수의 관객이 모였다는 얘기도 있듯 후바스탱크에 대한 한국 팬들의 충성도를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격렬한 첫 곡 ‘Just One’에서부터 팬들에게 뛰어노는 분위기를 제공했다. 댄서블한 비트의 ‘Inside of You’, 그리고 시원한 질주감이 두드러지는 ‘Same Direction’과 90년대 풍 리프를 작렬시켜낸 헤비니스 트랙 ‘Remember Me’를 마친 이후 다시금 모두에게 뛸 것을 요청하면서 <Fight or Flight>의 연주를 펼쳐나간다. 이 노래를 기억하느냐고 관객들에게 질문한 이후에는 감성적인 뉴 메탈 트랙 <Running Away>를 시작하며, 감정에 호소하는 파워발라드 <First of Me>, 공격적인 리프의 <Pieces>를 끝마친 후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오늘 날씨가 참 덥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발라드 곡 <Slow Down>과 격렬한 <This is Gonna Hurt>를 연결 지어내면서 공연 내내 이런 방식의 완급조절을 유지해나간다.


이들의 커리어에 있어 어떤 정점과도 같은 곡이었던 <The Reason>에서는 어김없이 관객들의 떼창이 이어졌다. 이미 전주가 흘러나올 때부터 관객들은 거센 환호로 곡을 맞이했는데 이처럼 노래의 호불호와는 상관없이 이런 떼창과 환호를 공연장에서 경험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The Reason] 앨범에 수록됐던 <Out of Control>, 그리고 초창기의 격렬함을 그대로 리콜시켜낸 데뷔작의 히트넘버 <Crawling in the Dark>로 공연을 종결짓는다. 





비정상적인 무대연출 같은 것을 배제한 채 오직 음악 그 자체에만 몰두하는 퍼포먼스를 구성해냈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헤비한 리프의 곡들과 멜로우한 곡들을 훌륭하게 조화시켜내면서 공연의 흐름을 만들어나갔다. 메탈 풍의 곡과 미드 템포 발라드는 별개로 훌륭했고 이런 성실한 공연내용으로 인해 지루해할 틈이 없었다. 후바스탱크가 이미 어느 정도 궤도에 도달해냈음에도 놀랍게도 여전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밴드라는 사실을 고스란히 입증해낸 무대였다.



도시의 무더위를 억제하는 영혼의 치유제: Spiritualized 


드디어 스피리튜얼라이즈드(Spiritualized)를 한국에서 보게 됐다. 과거처럼 큰 규모 편성의 투어를 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오히려 더욱 노래 본연에 집중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밴드는 과거 몇몇 해외 투어에서도 현지인을 코러스로 투입해내곤 했는데 마찬가지로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한국인으로 구성된 여성 코러스 멤버들을 섭외해냈다. 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브레인 제이슨 피어스(Jason Pierce)는 언제나 그렇듯 흰색 티셔츠와 흰 바지를 입고 있었고 그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은 위아래로 검은 옷을 맞춰 입었다. 제이슨 피어스가 준비된 의자에 앉았고 그간 라이브 영상에서만 봐왔던 빨간색 텔레캐스터 씬라인 기타를 손에 집어 들었다. 





단순한 코드웍으로 일관하면서도 스피리튜얼라이즈드의 장점이 최대한으로 두드러진 ‘Here It Comes (The Road, Let's Go)’로 공연이 시작된다. 비교적 최근작인 [Sweet Heart Sweet Light]에 수록된 로큰롤 넘버 ‘Hey Jane’을 연이어갔고 체념의 가스펠 튠 ‘Lord Let It Rain On Me’, 그리고 밴드 최고의 걸작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에 수록된 사이키델릭 잼 ‘Electricity’가 라이브로 터져 나오면서 사람들에게 황홀한 현기증을 안겨줬다. 경건한 초반부와 흥분으로 가득한 후반부의 대비가 인상적인 ‘Shine a Light’에서는 기타리스트 도겐(Doggen)의 슬라이드 바 연주가 돋보였으며, 도겐의 재즈마스터 기타로 연주되는 질주감으로 가득한 ‘Cheapster’, 그리고 <MC5>의 원곡 자체보다도 널리 애호되고 있는 ‘Come Together’를 끝으로 이 영국산 싸이키델리아가 종료된다.





아무래도 연륜이 쌓인 지라 굉음의 로큰롤보다는 평온한 기운을 유지해내려는 듯 보였다. 우울증이 감지되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함께 차분하게 전개되는 통제된 굉음은 듣는 이들의 뇌리 속에 짙은 여운을 남겨내고야 만다. 그 흔한 멘트 한마디 없이 공연을 전개해나갔지만 그럼에도 공연 내내 어떤 이상한 행복감이 소용돌이쳤다. 다른 차원의 경험이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쿨한 암흑의 네오 소울: The Neighbourhood


거두절미하고 네이버후드(The Neighbourhood)의 공연은 이번 <현대카드 CITYBREAK 2014>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했던 퍼포먼스 중 하나였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딜레이 이펙팅, 그리고 특유의 어두운 멜로디와 무드는 공연 당시 스산하게 불었던 뜨거운 바람과도 썩 잘 어울리는 편이었다. 음산한 신시사이저 루핑이 장내에 울려 퍼지고 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과연 어둠의 전령답게 과거 이들의 라이브 영상이나 TV쇼에 출연했을 당시의 방송분처럼 중계화면을 내내 흑백으로 유지시켜냈던 것이었다. 첫 곡 ‘Silver’로 한국 관객들을 위협한 이후 격정적인 재즈마스터 기타 트레몰로 연주가 돋보였던 ‘Female Robery’, 그리고 <포티스헤드(Portishead)>의 ‘Glory Box’를 연상케 하는 무거운 베이스라인의 ‘Baby Came Home’ 역시 인상적인 대목이었다.





‘W.D.Y.W.F.M.’이 불려질 무렵에는 사람들에게 연속되는 “What”의 떼창을 유도해냈는데 꽤나 멋진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릴 웨인(Lil' Wayne)의 ‘A Milli’를 재치 있게 샘플링해냈던 ‘Jealosy’에서는 색소폰 샘플이 끈적한 분위기를 더해냈으며, 인터넷에 관한 노래라 소개하면서 불렀던 ‘Lurk’에서도 레게에서나 볼 수 있는 덥 믹싱을 꽤나 그들답게 접목시켜냈다. 아직 정식으로 공개되지 않은 밴드의 신곡 ‘Dangerous’, 그리고 밴드 최대의 히트넘버인 ‘Sweater Weather’가 이어지면서 광란의 쇼는 계속된다. 역시 비장하고 음침한 이들의 또 다른 히트넘버 ‘Afraid’로 공연을 마치며 네이버후드는 확실하게 한국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는다. 





광기 속에 감미로운 울림이 있었고, 감미로운 멜로디 속에는 광기를 품고 있었다. 흐느적거리면서 관객들을 조종해내는 제시 루더포드(Jesse Rutherford)의 보컬을 필두로 기타 노이즈와 힙합비트로 이루어진 이 비정한 네오 소울은 신기하게도 한 여름의 우리를 얼얼하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이상한 계절을 감지케 하는 순간이다. 





Writer. 한상철

불싸조라는 밴드에서 기타를 치며 이런저런 글을 쓰고 있다.

취미는 피구와 우표수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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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정오 무렵 티켓팅을 하고 공연장까지 들어가는 일부터가 만만치 않았다. 별로 먼 거리가 아닌데도, 그거 조금 걷는 게 부담스럽다 못해 원망스러웠을 만큼 몹시 더웠다. 공연 하루 전날 리허설을 진행하는 동안 이 몹쓸 날씨 때문에 너무나도 힘들었다고, 당일 무대에 섰던 요조도 이야기했다. 하지만 막상 노래가 시작되면 그녀의 표정은 달라졌다. 날씨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요조만 행복했던 것이 아니다. 공연과 공연 막간에 날씨를 탓하며 그늘을 찾던 여러 관중들도 그랬다. 노래가 나오면 달라졌다. 순박한 표정으로 감상에 집중하거나 근심 같은 건 모르는 얼굴로 뛰고 날았다. 무엇이든 녹여버릴 것만 같은 무더운 날씨를 뚫고 무대와 객석을 점령한 그들은 결국 날씨 이상의 값진 이야기를 안겨줬다. 현장의 생생한 음악을 축으로, 날씨 따위 고려하지 않을 만큼 몸이 젊고 생각이 젊은 친구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새삼스럽게 실감한 셈이다.





페스티벌의 시작과 끝은 결국 춤이다: 로얄 파이럿츠 & 이스턴 사이드 킥


첫날 공연의 문을 연 로열 파이럿츠는 30분간 앵콜곡 <다프트 펑크>의 ‘Get Lucky’를 포함해 약 10곡을 소화했다. 그리고 45분을 배정받고 첫날 공연의 문을 닫은 이스턴 사이드 킥도 비슷한 분량의 곡을 불렀다. 두 밴드의 음악적 성향은 차이가 있지만, 그러나 청중과 대화하는 방식에는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준비된 곡을 토해내는 것만으로 이미 바빴다. 그리고 별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그저 노래하고 연주하는 것만으로 사람들을 일어서게 만들고 춤추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로열 파이럿츠는 가장 더운 시간에, 이스턴 사이드 킥은 가장 서늘한 시간에 무대에 섰지만 이미 날씨에 아랑곳 않는 청중이 죄다 모여 제대로 춤판을 벌였다. 





매력과 몰입의 놀라운 공연: 러브엑스테레오 & 아시안 체어샷


러브엑스테레오와 아시안 체어샷은 특히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받는 밴드에 속한다. 그리고 외국시장이 많이 탐내는 밴드다. 러브엑스테레오는 영미의 클럽이 환호할 만한 젊은 음악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아시안 체어샷은 록의 근본을 제대로 파고드는 젊은 밴드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리고 이들의 라이브는 음원이나 앨범 이상의 힘과 무게를 지니고 있고, 그건 두 보컬리스트의 상이한 카리스마에서 나온다. 


러브엑스테레오의 프론트우먼 애니가 섹슈얼해서 짜릿한 에너지를 발산한다면, 아시안 체어샷의 프론트맨 황영원은 묵직하고 뜨거운 소리를 준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젊음을 상징하는 두 밴드의 라이브는 언제 봐도 감탄스럽고 나아가 밝은 미래를 예측하게 만든다. 한국을 벗어난 더 새롭고 더 풍요로운 무대가 곧 그들을 부를 것이 분명하다고 믿게 만든다.





의미있는 이야기로 소통한다: 요조 & 호란


옆 스테이지의 현장음이 때때로 뮤직 스테이지를 파고들었다. 하지만 인원 몇 없이 구성된 잔잔한 편곡과 흥미로운 이야기만으로 그걸 제압해버린 아티스트가 있었다. 매번 노래를 시작할 때마다 곡에 깃든 사연을 소개했던 요조는 친구, 사랑, 음식, 데뷔시절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소재로 관객과 풍요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의 소탈하고 소박한 이야기는 리듬 파트 없이 기타와 키보드만으로 구성한 단아한 편곡을 닮아 있었다. 그런 작고 의미있는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노래에 대한 기대를 높였고 곧 기대에 준하는 아름답고 평온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꾸준히 미소를 유지했던 행복한 그녀의 표정도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한편 많은 무대를 경험했지만 솔로로 맞는 첫 무대라 떨린다는 소감을 전했던 호란은 그 와중에 사장님까지 호명했을 만큼 방송인다운 여유를 보였다. 클래지콰이 시절의 노래와 두 곡의 팝, 그리고 미완의 자작곡과 덜 준비된 커버를 선보였는데, 멘트부터 선곡까지 페스티벌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유형이라 꽤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서울을 박살내고 돌아갑시다”: 컴배티브 포스트


“시티 브레이크랬죠? 그러니까 우리는 서울을 박살내야 합니다.” “가사, 따라부르기 쉬워요. 그냥 아무 욕이나 하면 돼요.” 하드코어 밴드 컴배티브 포스트는 그날의 더위보다 더 뜨거웠던 뮤지션이다. 그리고 그 무더위 속에서 유일하게 청중의 과감한 슬램을 이끌었던 강력한 존재다. 페스티벌은 귀여운 일탈이 허용되는 현장이라 예나 지금이나 기괴한 옷을 입고 찾아오는 청춘들을 간혹 보게 되는데, 그 더운 날씨에 사자인지 호랑이인지 털 달린 동물옷을 입고 뛰어든 젊은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보기만 해도 더운 옷을 입고 슬램의 무리에서 부단히 몸을 부딪히며 즐기고 있었다. 많이 행복해 보였다. 특별한 순간을 유도한 밴드도, 미스터 타이거도 어쩐지 좀 고맙다. 이런 드문 순간을 목격하는 일이야말로 페스티벌을 오래 기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Writer.
이민희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채에 각종 음악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봄만 되면 페스티벌 일정을 확인하면서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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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뮤직 페스티벌 대중화가 벌써 10년에 이르는데 그걸 준비하는 방식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것을 이제야 인지했다. 그냥 가벼운 복장을 하고 가벼운 짐을 지고 가는 것뿐이다. 일기예보 제대로 안 살피는 것도 똑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약간의 각성이 따랐다. 체력을 비축하고 공연에 보다 몰입할 수 있도록 큰 맘 먹고 접이식 의자를 샀다. 그리고 지금은 열심히 아웃도어용 우비를 검색 중이다. 천원짜리 일회용 우비만 있으면 폭풍이 찾아와도 별 지장 없긴 하지만, 페스티벌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열릴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젊으며 여전히 젊게 살아갈 것이라 착각하기에 페스티벌에 계속 출석할 것이며, 값이 좀 나가는 의자와 튼튼한 우비는 장기전을 대비한 필수품목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여간 2일차 공연은 의자와 우비로 요약된다. 비 오기 전까지 날씨가 10년 페스티벌 역대 최상급이었던 까닭에 이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공연을 누리는 동안 이것이야말로 무릉도원이 아닐까를 생각했다. 그러다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걱정이 찾아왔다. 폭우 때문에 공연 일정에도 변동이 따랐다. 그런데 후다닥 의자를 접고 우비를 사와 그걸 입고 객석에 뛰어들자 모든 걱정이 일시에 사라졌다. 역설적으로 비오는 날의 바다 수영이 최고의 수영이라는 이야기가 수영 애호가들 사이에서 돌고 도는데, 적극적인 페스티벌 고어들 또한 여기에 맞장구를 쳐줄 만한 충분한 경험을 두고 있을 것이다. 최고의 공연은 폭우 속의 공연이다. 그로 인해 공연이 취소되거나 지연될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고 진행되지만, 그 스릴 때문인지 아니면 맨정신에 비를 흠뻑 맞을 일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뮤지션과 관중은 주어진 시간 동안 동시에 모든 것을 던지고 날려버린다.





재미있다. 러시아급 눈보라가 아닌 한 날씨는 페스티벌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변수가 되지 못한다. 비만 얘기해봐도 그렇다. 어떤 사람들을 김빠지게 하고 소극적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비는 어떤 사람들을 더 적극적이고 순박한 미치광이로 만들어버린다. 뮤직 스테이지라는, 시티 브레이크에서 가장 작은 무대와 가장 작은 객석은 이 귀여운 미치광이들을 위한 소박한 아지트 같았다. 한편으로는 비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쾌청한 날씨와 아름다운 음악을 낭만적으로 즐길 수 있었던 최적의 공간이었다. 결국 뮤직 스테이지는 짧은 시간 동안 낭만과 광기를 두루 살갑게 체험할 수 있었던 구역이다. 이 모든 것은 의자와 우비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간소한 장비 몇 개가 이토록 공연을 풍요롭게 만든다.



“앉아 계시면 엉덩이에 땀띠 나요”: 텐시 러브 & CUBA


비가 오기 전의 이야기다. 텐시 러브CUBA는 각기 다른 성격의 에너지로 큰 즐거움을 줬다. 공연의 문을 연 텐시 러브는 성의의 뮤지션이다. 첫 공연은 사람이 많지 않아 진이 좀 빠질 수 있는데,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공연을 위해 기존의 노래를 새롭게 편곡했을뿐더러 시티 브레이크의 섭외를 받고 너무 신이 나서 신곡까지 썼다고 했다. 두 보컬 전은수와 고지후는 원래 어떤 공연에서도 이렇게 방방 뛰어본 적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분위기가 너무 좋아 참을 수가 없었다면서 연신 관중에게 고마워했다. 이처럼 들뜨고 상기된 표정으로 무대에 서서 흥분을 나누는 아티스트를 만나는 일은 언제라도 환영이다. 한편 CUBA는 호랑이 셔츠를 입고 나타났는데, 아주 적절했던 의상이다. 관중을 물고 삼켜버릴 것처럼 작정하고 나와 노래하고 연주한 밴드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앉아 계시면 엉덩이에 땀띠나요”라며 거의 모든 관중을 일으켜 세운 뒤, 간절한 한 마디를 남기고 마지막 곡을 준비했다. “좀 더 늦은 시간에 좀 더 오래 공연할 수 있도록 성원해 주세요.”





폭우를 동반한 뜨거운 공연: 24Hours & 13Steps


폭우 속의 두 밴드를 소개한다. 당일 가장 뜨거우면서도 가장 시원한 공연을 남긴 밴드다. 24Hours가 무대를 세팅할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공연이 열리자 물대포 같은 비가 쏟아졌다. 그런데 빗줄기가 굵어질수록 공연은 뜨거워졌고 객석은 달아올랐으며, 그게 자극이 됐는지 보컬 이승진은 정신나간 사람처럼 무대를 뛰어다녔다. 13Steps 또한 공연 시작 전후로 비 때문에 마음이 좀 불편했을 밴드다. 하지만 공연이 진행되던 동안 무대에서 펄펄 날아다니던 그들을 좀처럼 잊을 수가 없다. 그 비를 맞으며 해드뱅잉에 열중하던 열혈 관중까지 있었을 정도이니, 악천후를 기꺼이 상대했던 뮤지션과 관객 모두에게 오래 기억될 만한 공연으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바람이 만든 노래: 로지피피 & 캣 프랭키 with 선우정아


옆 스테이지의 옐로우 몬스터즈가 땀의 공연을 진행하는 동안 뮤직 스테이지의 로지피피는 관중 대다수를 앉혀놨다. 시간은 오후 한시였지만, 저녁 일곱시쯤 불어올 법한 서늘한 바람이 기분 좋게 피부를 스쳐갔다. 전반적으로 포근한 멜로디를 유지하지만 류성희의 건강한 발성 덕분에 나풀거리지 않는 믿음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하이라이트 같은 건 없어도 됐다. 평화롭게 지속된 25분에 충분히 만족했으므로. 


호주 출신으로 독일에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그리고 뮤직 스테이지를 찾은 유일한 해외 뮤지션 캣 프랭키는 예정과 달리 비가 그친 늦은 밤에 무대에 섰다. 그리고 의미있는 벗들이 곧 찾아왔다. 하나는 루프 스테이션, 즉 소리를 녹음하고 입혀서 사운드를 두텁게 만드는 장비였다. 이것만 있으면, 거기에 뮤지션의 창의력을 더하면 악기 없어도 훌륭한 곡이 완성된다. 또 다른 벗은 그녀와 두 곡을 함께 부른 선우정아다. 캣 프랭키의 <Almost Done>(둘다 영어로 노래했다)과 선우정아의 <뱁새>(둘다 한국어로 노래했다)를 함께 나눴는데,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국적과 언어가 만나 이룬 감동의 공연이 됐다. 덧붙여 선우정아가 퇴장 전에 남긴 말이 자꾸 생각난다. 그녀는 분명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오늘 집에 가서 따뜻한 거 드세요. 감기 조심하세요.”





추억할 만한 작은 음악회: 이아립


‘작은 음악회’를 연 것만 같았다. 첼로와 콘트라베이스, 드럼이 아닌 각종 다양한 타악기가 무대를 채웠기 때문이다. <현대카드 CITYBREAK 2014>에서 이루어진 모든 공연의 데시벨을 측정했다면 아마도 이아립의 목소리를 비롯해 연주에 이르기까지 그녀 음악의 수치가 가장 낮았을지 모른다. 유일하게 클래식 악기를 동반해 가장 잔잔하게 진행된 프로그램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차별화된 공연,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공연이 됐다. 여섯 곡을 불렀을 뿐이지만 선곡의 폭도 넓었다. 페스티벌의 작별을 알리는 폭죽이 터져도 별다른 마음의 동요가 없었는데, 10년 전의 한 영화 사운드트랙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네>가 흘러나오는 순간 갑자기 뭉클해져서 시야가 흐려졌다. 적당히 놀고 일하러 페스티벌을 찾은 어느 관중을 갑자기 주책으로 만들어버린 공연이 거기 있었다. 







Writer.
이민희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채에 각종 음악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봄만 되면 페스티벌 일정을 확인하면서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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