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콘서트 19 CITYBREAK/스토리' (31건)

 

CITYBREAK의 두 번째 날인 8월 18일은 빼어난 펑크 밴드들과 노장들의 등장이 기대를 모은 하루였다. 헤드라이너들이 등장하기 전에 종합운동장의 열기를 한껏 달궈놓았던 ‘페스티벌의 튼튼한 허리’들이 어떤 공연으로 음악 팬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는지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Paper/Cut Project

 

 

 

 

옆자리에 고개만 돌리면 볼 수 있을 것 같은 세 남자가 조근조근 연애담을 늘어놓는 듯 했던 페이퍼컷 프로젝트의 무대는 온갖 기교와 화려한 보컬로 채워졌던 시티브레이크에서 정말 ‘도시의 휴식’ 같은 시간이었다. 표현을 하기 위해서는 ‘소박한 사운드’라는 클리셰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음악은 리드 보컬 고창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이트클럽의 블루스 타임’처럼 조용히, 그러나 정직하게 마음으로 파고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자발적인 싱얼롱을 이끌어냈던 GOD의 ‘거짓말’이나 장국영의 ‘A Thousand Dreams Of You’ 같은 커버 곡들마저도 오리지널 넘버처럼 들리게 만들었던 페이퍼컷 프로젝트의 무대는 그들의 음악이 진심이라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들의 야망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작은 무대와 귀여운 관객들이 어울리는 밴드였다는 사실도 고백해야 하겠고.

 

 

Rocket From The Crypt

 

 

 

 

[R.I.P]라는 이름으로 밴드의 마지막 공연을 앨범으로까지 발매했던 로켓 프롬 더 크립트는 올해 초 드라마틱한 재결합 이후 장장 8년이라는 휴식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쾌하고 즐거운 음악으로 슈퍼 스테이지를 후끈 달궜다. 시작하자마자 리드 보컬 스피도는 “여러분을 춤추게 만들 것이다”라며 신나는 사운드를 예고했고, ‘I Know’, ‘Dick On A Dog’, ‘Born in ‘69’ 등의 화끈한 펑크 록 넘버들은 더위를 반으로 쩍 가를 정도로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특히 스피도의 녹슬지 않은 카리스마는 어마어마한 수준이었으니, ‘Made For You’를 부르며 “I am made for you’라고 말하는 느끼한 센스부터 능청스럽기 그지 없는 발군의 유머감각까지 고루 선보이며 관객들을 순식간에 사로잡는 관록을 보여주었다. 그의 카리스마에 음향도 눌린 탓인지, 로켓 프롬 더 크립트의 트레이트마크와 같은 호른 세션이 객석에서는 잘 들리지 않아 아폴로 9과 제이씨 2000는 많이 섭섭했을 거다.

 

 

Japandroids

 

 

 

 

공연 시간은 35분을 살짝 넘기고 말았지만, 세트리스트는 8곡으로 맞춰주는 센스. 역시 재팬드로이즈답다는 느낌이었다. 기타와 드럼으로만 구성되었을 뿐 아니라 별다른 효과가 없는 무대가 심심하지 않을까 걱정이었으나 특유의 샤우팅으로 스테이지를 꽉 채운 브라이언 킹과 데이비드 프라우스의 에너지는 기대 이상의 규모를 보여주었다. 재팬드로이즈가 무대에서 보여준 가장 큰 미덕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아니었나 싶다. 그들의 단출한 멤버 구성을 갖고 있고 다소 무뚝뚝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테이지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은 재팬드로이즈가 ‘솔직한 음악이 주는 즐거움’을 알고 있는 밴드이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세련된 기교와 절륜한 보컬이 없이도 그들의 스타일만큼이나 직관적으로 마음에 와 닿는 원초적인 감정은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본 관객들까지도 열광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The House That Heaven Built’ 이후의 공연들이 특히 좋았는데, 마지막 곡인 ‘For The Love Of Ivy’는 헌정 받은 애쉬 역시 뿌듯해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김창완밴드

 

 

 

 

‘국민 아버지’의 힘은 드라마에서만 보여지는 것이 아니었다. 환상적인 테크니션들의 조합으로 속이 꽉 찬 사운드를 들려주었던 김창완밴드는 말 그대로 ‘세대를 초월한’ 호응을 얻으며 슈퍼스테이지의 주인공이 되었다. 오프닝 넘버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를 비롯한 ‘가지 마오’, ‘아니 벌써’ 등의 산울림 시절 노래부터 ‘모자와 스파게티’, ‘금지곡’ 등의 김창완밴드의 곡들까지 김창완은 수수하고 소박한 보컬로 가족 같은 음악을 들려주었다. 마치 아버지가 지혜를 내려주고 때로는 투정도 하는 것처럼 정겨운 목소리로 대화하듯 들려준 김창완밴드의 노래들은 좋은 곡들이 갖고 있는 생명력이 얼마나 긴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었다.

 

 

 

 

특히 ‘기타로 오토바이 타자’와 ‘개구장이’로 이어지는 공연의 후반부는 진정 메탈리카 부럽지 않은 ‘떼창’으로 아티스트와 관객 모두가 흐뭇해지는 시간이었음을 확신한다. 산울림 경력을 포함하면 37년 차 로커로서 귀감이 되는 무대를 보여주겠다는 김창완의 말이 진심으로 다가왔던 것은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했던 ‘아리랑’이었다. 사운드체크 때 연주되어 짐작은 했지만 ‘대한민국의 록 밴드’로서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선곡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태평소와 함께 하는 ‘아리랑’은 감동 그 자체였다. 김창완을 연기자로 더 익숙해했던 젊은 관객들에게는 그의 순수한 음악 열정이 새롭게 다가왔으리라 생각된다.

 

 

Ash

 

 

 

 

작년의 내한에 이어 2년 연속 한국 팬을 찾은 애쉬는 ‘Oh Yeah’, ‘Evil Eye’, ‘Shining Lights’, ‘Orpheus’, ‘Burn Baby Burn’ 등 그들의 전성기였던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세계 록 팬들을 열광시켰던 히트 곡들을 고루 부르며 컬쳐 스테이지를 가득 메운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특히 ‘Kung-Fu’에서 보여주었던 릭 맥머레이의 화려한 드럼 테크닉은 눈과 귀를 동시에 잡아 끄는 장관을 연출했고, 팀 휠러 역시 긴 호흡이 필요한 콜 앤 리스폰스를 유도하며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쉬운 점이라면 셋리스트에 ‘Return Of White Rabbit’과 ‘Binary’를 제외하면 근 10년 이내의 발표 곡이 아예 없었던 셈이라 애쉬가 과연 동시대를 살고 있는 밴드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훈남 보컬리스트로 이름 높았던 팀 휠러 역시 유독 지쳐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 안타까운 마음을 들게 했다. 그들이 새 스튜디오 앨범 작업을 시작했다는 소문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는 터, 부디 전세계 수많은 이들의 젊음을 함께 했던 애쉬가 현재진행형의 밴드라는 사실을 보여줄 기회가 다시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첫 번째 CITYBREAK의 무대에 올랐던 밴드들은 그들이 가진 이름의 크기와 상관 없이 모두 훌륭한 공연을 펼치며 올 여름 유독 많은 록 페스티벌을 거치며 한층 높아진 수준을 자랑했던 대한민국 음악 팬들의 눈과 귀를 모두 만족시켰다. 역시 록 페스티벌이 흥하기 위해서는 헤드라이너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스테이지를 달궈주는 허리 급 밴드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좋은 기회가 되어주었다.

 

 


 Writer. 장민경

 

광고회사를 다니며 밤이면 사장님 몰래 글을 쓰고 있다. 체력이 뒷받침 되고 즐거움이 계속 되는 한 주광야필은 계속 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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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 시작해서 비로 끝났다. 이렇게 문장을 시작하면 마치 계속해서 폭우가 내린 것 같지만,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공연 시작과 함께 잠깐 내렸다 그친 비는 거짓말처럼 다음날 메탈리카의 공연이 끝날 때서야 다시 내렸다. 날씨까지 도와준 셈이다. 날씨의 도움과 함께 지금까지 내가 다녔던 페스티벌 가운데 가장 쾌적한 환경의 페스티벌로 기억될 만했다. 뮤직 스테이지 뒤에 자리한 넓고 깨끗한 휴식 공간은 지금까지 봐왔던 곳들과는 충분히 차별화되었고, 거짓말 좀 보태서 관객 수만큼 많았던 청소 스태프들은 쓰레기가 바닥에 닿기도 전에 쓰레기를 수거해갔다. 스테이지별로 분류해놓은 부스들도 인상적이었다. '도심형 페스티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무엇보다 공연 외적의 성과만큼이나 공연 그 자체도 훌륭했다. 메탈리카(Metallica)와 뮤즈(Muse)는 헤드라이너라는 이름값에 확실하게 부응해줬고 이기 팝(Iggy Pop)은 가장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이 커다란 이름들뿐 아니라 수많은 국내외 음악가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 그날의 무대들 가운데 몇몇 팀들에 관한 기록이다.

 

 

MASTER 4 Feat. 김완선

 

 

 

 

"잠시만요, 완선 언니 춤 좀 주다 가실게요!" 마스터포는 이름값만으로도 화제가 된 프로젝트 밴드다. 손무현과 이태윤, 그리고 조범진과 장혁. 한국을 대표하는 록/헤비메탈 밴드의 구성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교수님으로 잘 나가는 전문 연주인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일가를 이룬 음악인들이지만, 그 동안 자신들의 음악에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남의 연주를 봐주거나 남의 음악을 연주하는 대신 자신의 음악을 하고자 뭉친 팀이 마스터포였다. 팀을 결성하고 주로 서왔던 클럽 무대와 달리 이런 대형 페스티벌 무대가 낯설었을 텐데 네 명의 멤버는 여전히 능숙하게 자신의 주특기인 연주를 뽐냈다. 다만 자신들의 음악을 모두 들려주겠다는 욕심으로 인해 한낮의 페스티벌 무대와는 겉도는 선곡이 아쉬웠지만, 새롭게 분위기를 환기시켜준 건 완선 언니의 등장이었다.

 

 

 

 

손무현과 김완선, 1990년 김완선의 명반인 5집을 함께 만들었던 두 사람이 20년이 훌쩍 넘어 함께 페스티벌 무대에 선 것이다. 이런 특별한 조합이야말로 페스티벌 무대에서 더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재미다. 김완선은 여전히 섹시한 웨이브를 만들어냈다.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가 이렇게 대형 페스티벌 무대에서 젊은 세대와 함께 불릴 거라곤 노래를 만든 그들도, 그때 그 음악을 들었던 사람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순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The Used

 

 

 

 

"느낌 아니까" 마스터포의 뒤를 이어 슈퍼 스테이지에 선 밴드는 더 유즈드(The Used)였다. 2001년 결성해 포스트 하드코어 씬을 대표해온 미국 출신의 이 밴드는 많은 관객들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결성 이래 각 나라의 수많은 페스티벌 무대에 서온 이들이었다. 이들이 등장하자 엄청난 함성과 함께 공연장의 분위기 자체도 바뀌고 있었다. 그 전까지의 무대들이 몸풀기에 가까웠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슬램의 시간이었다.

 

 

 

 

보컬리스트 버트 매크라켄(Bert McCracken)의 리드에 맞춰 관객들은 마치 집단체조를 하는 것처럼 손을 올리고 점프를 했다. 다소 느린 곡을 부를 때조차도 틈만 나면 관객들은 손을 올리고 몸을 부딪쳤다. 뒤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더 유즈드는 자신들의 음악이 갖고 있는 격정과 그 격정 안에서의 감성을 쉼 없이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비록 더 유즈드의 명성은 외국에 비해 한국에서는 다소 작지만, 이날 무대에의 존재감은 그 누구보다 커보였다. 그 자리에 있던 관객들에게 더 유즈드란 이름은 누구보다 진하게 각인됐을 것이다.

 

 

권순관

 

 

 

 

"너 되게 낯설다" 슈퍼 스테이지 옆에는 컬처 스테이지란 이름의 무대가 있었다. 비록 슈퍼 스테이지보다는 규모가 좀 작긴 했지만 오히려 집중하기에는 더 좋은 무대이기도 했다. 권순관이란 이름은 이런 여름의 페스티벌 무대에서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노 리플라이(No Reply)의 멤버로 처음 데뷔를 한 이래로 그가 만들고 부른 노래들은 주로 많은 여성 팬들의 귀와 입을 통해 전달돼왔다. 그래서 그가 주로 섰던 페스티벌 무대는 봄과 가을에 진행되는 소풍과도 같은 페스티벌들이었다. '땀'과 '열정'으로 대표되는 여름의 페스티벌과 다소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그의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무대 앞을 지키고 있던 건 대다수의 여성 팬들이었다. 노래 제목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피아노의 전주만으로도 여성 팬들은 소리를 지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낯설어 보일 수 있는 그의 무대가 헤드뱅잉과 슬램으로 지쳐있던 관객들에겐 휴식과 같은 시간이 되었다. 많은 관객들은 마치 소풍을 온 것처럼 앉거나 누워서 그의 노래를 감상했다. 때마침 뜨거운 햇빛 사이로 불어오던 시원한 바람은 그의 노래와 닮아있었다.

 

 

장기하와 얼굴들

 

 

 

 

"(헤드라이너 자리) 뺐을까?" 아마도 양일 헤드라이너인 뮤즈(Muse)와 메탈리카(Metallica) 정도를 제외한다면, 가장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낸 팀은 바로 장얼(장기하와 얼굴들)이었을 것이다. 음악가에게 '히트곡'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장기하는 이제 더 이상 춤을 추지도 않지만 대신에 이제는 쇼를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는지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 장기하는 영민하게 아주 작은 동작 하나만으로도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그렇고 그런 사이'에서 관객들과 함께하는 손동작은 이미 '장얼쇼'의 하나의 상징이 되었고,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휘파람만으로 관객들의 떼창을 유도하는 장면은 그가 왜 페스티벌 무대에서 점점 더 가치가 높아지는지를 보여주는 한 사례였다.

 

 

 

 

장기하가 무대에서 부르는 대부분의 노래들은 단순히 그의 입만이 아니라 대다수 관객의 입을 통해 함께 불렸다. 특히 잘 부르지 않다가 특별히 시티브레이크를 위해 선곡한, 지금의 장기하를 있게 한 '싸구려 커피'는 특별한 감흥을 전해주었다. 장얼의 무대 앞에 모였던 관객들의 수와 반응, 그리고 함께 부르던 떼창의 순간들은 헤드라이너가 부럽지 않았다. 정말로 '장기하와 얼굴들'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름이 되어가고 있었다.

 

 

White Lies

 

 

 

 

"앉으나 서나 진지하잖아"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무대이기도 했다. 2007년 데뷔한 영국의 포스트 펑크 밴드 화이트 라이즈(White Lies). 데뷔 앨범 “To Lose My Life”(2009)로 주목을 받은 이래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어둡고 우울한 아름다움을 점점 더 넓게 전파하고 있는 중이다. 8월에 발표한 세 번째 앨범 “Big TV”를 들고 찾은 한국 역시 그 목표 가운데 하나였다. 이들의 무대에서는 어떤 고집스러움이 느껴졌다. 이들은 일부러 분위기를 띄워보겠다고 무리하지 않았다.

 

 

 

 

점프를 한다거나 관객들의 반응을 유도한다거나 하는 것 없이 그저 자신들의 음악이 가진 매력을 전달하는데 충실했다. 어폐가 있을 수 있지만 이들의 무대는 '감상용'에 가까웠다. 다른 팀들과 달리 흑백으로 나오던 무대 옆의 스크린도 이들의 음악과 더없이 잘 어울렸다. 집에 돌아와 이들의 음악을 한 번 더 찾아 들었으니 이들의 의도는 성공한 셈이다. 비록 끝까지 진지했던 이들의 무대는 페스티벌 피플들에겐 많은 화제가 되지 못했지만, 이들의 아름다움은 '무대가 끝나고 난 뒤'에도 계속해서 얘기될 것이다.

 

 

 


 

 

이 팀들 말고도 여러 공연들이 있었다. 특히 국내 인디 음악가들이 주로 무대에 올랐던 뮤직 스테이지는 틈나는 대로 찾았다. 흐른의 공연을 봤고, 텔레플라이의 공연을 봤고, 트램폴린의 공연을 봤다. 비록 메인 무대들 때문에 온전히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그 사이사이로 이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편성의 문제로 적은 관객들이 있었고, 분위기는 클럽 무대만큼 잘 살지 않았지만 그 경험은 이들을 내년, 내후년의 시티브레이크 메인 스테이지로 안내해줄 것이다.

 

 


 Writer. 김학선

 

인터넷 음악방송국 '쌈넷' 기자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웹진 '가슴' 편집인, 한겨레신문 대중음악 담당 객원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웹진 '보다' 편집장, 웹진 '백비트' 편집위원,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BS '스페이스 공감' 기획위원, 네이버 '온스테이지' 기획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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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이면서도 공격적인 사운드로 강한 인상을 남긴 Rise Against

 

“메탈리카를 볼 준비가 되어 있나? 우리는 완전히 준비가 되어 있다!” 라이즈 어게인스트(Rise Against)의 보컬리스트 팀 맥클라스는 특유의 굵고 강한 목소리로 객석을 향해 외쳤다. 하지만 그들의 공연은 시티브레이크 둘째날의 헤드라이너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게 만들 정도로 묵직하고 강렬했다. 메탈리카를 기다리며 일찌감치 앞자리를 차지한 (온 몸을 메탈리카 로고로 장식한) 골수팬들 역시 메탈리카가 등장한 듯 크게 환호하고 춤을 추고, 머리를 흔들었다. 국내에 단 한 차례도 라이선스(국내 제작) 앨범이 발매된 적이 없는, 해외의 인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이 밴드는 단 한 차례의 공연으로 주경기장에 모여 있던 록음악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우리를 보기 위해 온 먼 길을 왔던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결국 우리가 당신들에게로 왔다”고 인사를 건넨 이들 4명은 관객들에게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 고출력 상태의 사운드를 꾸준히 유지했다.

 

 

 


 

 

무대 아래로까지 내려와서 노래를 한 팀의 목소리에도, 무대 좌우를 종횡무진한 두 대의 기타 사운드에도 흔들림이라곤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관록마저 느껴지는 안정적인 무대였다. 발차기를 연발하는 기타리스트 잭 블레어의 기타 피킹 궤적처럼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음악이 계속되는 가운데에도, 'Make It Stop'을 부를 때에는 관객들에게 합창을 유도하고, 'Ready To Fall'에는 흥겹게 춤을 추며 노는 관객들을 독려하는 여유도 있었다. 관객들은 물론, 그들과 하이 파이브를 나누는 밴드 멤버들의 얼굴에도 만족감이 묻어 있었다.

 

 

 

 

공연을 끝마친 라이즈 어게인스트(Rise Against)의 멤버들은 컬처 스테이지로 이동했다. 그 곳에는 신중현이 있었다. 백발의 기타리스트와 그를 호위하고 있는 두 명의 기타리스트가 솔로를 연달아 연주하자 그들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신중현은 해외 음악 매체와 미국 현지에서 발매된 앨범 등을 통해 제법 그 이름이 알려져 있지만 이들은 그를 모르는 듯 했다. 하지만, '미인'이 연주되고 많은 관객들이 열광하자 무대와 객석을 연달아 촬영하며 신기해 했다. 그리고 그들은 통역에게 “저 대단한 백발의 기타리스트는 대체 누구냐?”라고 물었다고 한다. 얼핏 봐도 70은 넘어 보이는 노장이 젊은 관객들을 열광시키는 것이 그들 눈에도 신기하게 느껴진 것 같다. 그들의 주변에는 그들을 알아 본 팬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고 있었다. 그들의 공연이 가져다 준 효과였다.

 

 

드디어 록의 거장을 만나다, 신중현 그룹

 

관록의 거장 신중현도 록 페스티벌 무대는 낯설었을 것이다. 어쩌면 데뷔 무대 같은 느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신중현에 대한 재평가는 90년대 이후 꾸준히 진행되어 왔지만, 그를 무대 위로 이끌어 낸 대형 록 페스티벌은 없었다. 그래서 그의 공연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무대가 늘 아쉬웠다. 불과 몇 개월 전에도 신중현의 단독 공연이 비교적 규모가 큰 공연장에서 열렸지만, 거기에는 신중현의 새로운 팬들보단 나이가 지긋한 오랜 팬들이 더 많아 보였다. 이 날의 무대는 그에게도, 그 날의 대부분 관객들에게도 너무나 늦게 찾아온 것이었다. 그는 “제 평생에 (이런 무대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너무 즐겁고, 할 말이 없어서 뭐라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라며 페스티벌 무대에 선 감회를 짤막하게 피력했다.

 

 

 

 

공연 초반은 어수선했다. 앰프가 꺼지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신중현”을 연호하는 관객들의 소리가 커지자, 이 노장 록커는 점점 더 힘찬 연주와 보컬로 관객들의 성원에 답했다. 기타를 멘 첫째 아들 신대철과 오르간과 기타를 오가며 맹활약한 둘째 신윤철의 연주 또한 그 어느 때보다 힘이 들어가 있었다. <검은 나비>, <엽전들>, <더 맨>과 <세 나그네>에서 활약했던 전설적인 드러머 동포(문영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이 날 무대가 안겨다 준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리듬 속에 그 춤을'에서는 관록의 드럼 솔로가 곁들여졌고, 두 명의 기타리스트는 긴장감 넘치는 솔로로 연주를 이어갔다. 보컬은 더욱 부드러워지고,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하던 거장은 재치 있는 멘트로 박수를 받기도 했다. '거짓말이야'가 금지곡 1호가 된 사연을 소개할 때에는 여전히 ‘변함 없이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거짓말이라는 단어에 민감한 정치인’들을 풍자했고, '김상사'의 코러스를 맡은 어린이들을 “참전 용사들이라 과격할 것이다”라고 소개하는가 하면, 저 유명한 '미인'의 기타 리프가 시작되기 직전에 "오늘 미인 분들이 많이 오셨습니다. 여기 계신 남자 분들 모두 따라 부르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덧붙이는 등 격조 있는 유머를 구사했다.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미인'이었다. 이 곡을 부를 때 신중현은 그 곡을 만들던 시절로 돌아간 듯 보였다. 목소리와 연주에 담긴 에너지는 가히 폭발적이었고 관객의 반응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라이즈 어게인스트의 멤버들이 흥분한 시점도 여기였다. 마지막 곡 '아름다운 강산'이 연주될 때에는 태극기가 무대 중앙에 등장했다. 이 국가대표급 록커에게 국가는 금지곡과 활동 금지라는 일종의 낙인만을 안겨다 줬을 뿐이지만, 그는 70대 중반의 나이에도 이 땅의 풍광과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은 연주를 들려주고 있었다. 첨단의 무대 장치나 연출이 없는,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정직한 공연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의 변치 않는 마음과 정신은 더 또렷하게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거장은 “다시 만나자”라고 말을 남기고 스테이지를 떠났다. 오랜 세월 '안개를 헤치고' 온 그를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도 지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Metallica, 4만 명 메탈리카 가족의 함성에 감동받다

 

슈퍼 스테이지에는 약 4만명에 달하는 관객들이 웅성이고 있었다. 거기에는 국내에 존재해 왔던 그 어떤 페스티벌보다 많은 남성 관객들이 있었고, 그들의 가슴에서, 혹은 등 뒤에서 메탈리카의 로고를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9시 30분경, AC/DC의 'Long Way To The Top'이 큰 볼륨으로 흘러 나오기 시작하자 기다리다 지쳐 자리에 앉아 있던 관객들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엔니오 모리꼬네가 영화 <석양의 무법자>를 위해 만든 'Ecstasy Of Gold'가 영화 장면과 함께 흐르자 입체적인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의 데뷔작에 담긴 'Hit The Lights'가 오프닝을 장식하고, 'Master Of Puppets'의 전주가 흘러 나오자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합창에 들어갔다. 커크 해밋은 아래에서, 제임스 헷필드와 로버트 트루질로는 계단을 타고 한 층 위에 올라가 관객들의 합창을 지휘했다. 왕년에 테니스를 쳤던 라스 울리히의 팔목은 여전히 강했고, 무대 좌우 스크린 화면에 선명하게 잡히는 혓바닥 움직임에는 변함 없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그런 라스가 흐뭇한 미소를 짓는 순간도 있었다. 'The Memory Remains'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이 곡이 관객들에 의해 무반주 합창곡으로 변화하자 엔딩은 밴드에서 객석의 몫으로 넘어갔고 "Metal Up Your Ass"라 새겨진 라스 울리히의 드럼 세트 역시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이 드러머는 관객들의 적극적이고도 창의적인 코러스를 흐뭇한 표정으로 감상하고 있었다. 그의 그런 표정을 목격한 관객들도 그 순간을 즐겼을 것이다.

 

 

 

 

커크 해밋은 부지런히 기타를 바꿔 가며 무대를 누볐다. 그가 자주 연주하는 ESP사의 KH-2 기타에는 “드라큘라”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호러 코믹은 커크가 더 좋아하는 듯 하지만, 그러한 공포 만화의 일부를 연상시키는 액션은 늘 제임스에게서 나온다. 곱게 머리를 빗어 넘긴 단정한 얼굴, 단단해 보이는 체구를 지닌 그는 과장된 말투와 웃음 소리로 관객들을 헤비 메탈의 영화, 혹은 동화 속으로 이끌어 갔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내가 느끼는 것을 당신들도 느끼고 있나요?”와 같은 뻔한 멘트를 해도, 사람들은 즐거워하며 “Yes”라고 답할 수 있는 것이다.

 

 

 

 

메탈리카에게 시간의 흐름이란 극적인 효과를 더해주는 요소 같은 것이었다. 오래 전 발표된 메탈리카의 앨범 속에 담겨 있던 그 고전적인 소리들이 원형 그대로 재생될 때 (“Justice For All”, “One”, “Blackened”) 그 사운드를 알아 들은 오랜 팬들은 마치 시간 여행의 출발점에 당도한 듯한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그 오래된 도면과도 같은 소리와 50대에 접어든 멤버들이 들려주는 실제 연주가 큰 차이 없이 합쳐지는 순간 관객들의 흥분 지수는 최대치에 이를 수 밖에 없다. 그 흥분의 순간은 많은 것들을 설명해줄 수 있다. 왜 메탈리카 이전에 연주한 수많은 밴드들이 메탈리카를 언급했는지, 왜 급작스러운 록 페스티벌의 홍수 속에서도 4만이 넘는 관객들이 일요일 밤 주경기장에 운집했는지, 그리고 왜 메탈리카가 아직도 최고의 개런티와 관객을 이끌어 내는 밴드인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Enter Sandman'을 목이 터져라 합창한 관객들은 그들이 순순히 호텔로 돌아가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이어진 앵콜곡 'Creeping Death'와 'Fight Fire With Fire'마저 끝났지만 흥분과 함성은 식지 않았다. 시계는 11시 30분을 넘어 12시를 향해가고 있었지만, 관객들은 제임스가 기타를 들고 장난을 칠 수 있게끔 호응해 주었다. 그리고 그들의 데뷔 앨범 수록곡 'Seek & Destroy'가 마지막 곡으로 연주되었다. 객석에 메탈리카의 로고가 새겨진 수십개의 풍선이 날아 들면서 축제의 마지막 순간은 완성되었다.

 

 

 

 

공연이 끝났지만 무대를 떠나지 못하는 것은 관객들이나 메탈리카의 멤버들이나 마찬가지였다. 라스는 한국 관객들을 ‘아름답다’고 표현했고, 제임스는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다시 올 것이라고 말했으며, 관객들에게 끊임 없이 기타 피크와 드럼 스틱을 던지고 있었다. 메탈리카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이번 투어에서 한국 관객들이 최고의 함성을 지닌 관객 후보가 되기에 충분하다라고 언급했다.

 

 

 

 

공연이 종료된 올림픽 주경기장에는 바로 그 곳에서 열렸던 88 올림픽을 경험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이후 세대들이 함께 남아 있었다. 가족 단위의 관객들도 제법 많이 있었다. 적어도 국내 록 페스티벌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동시대에 서울 올림픽을 경험했던 세대들에겐 메탈리카의 건재가 마치 80년대 강속구 투수의 건재처럼 경이롭게 느껴졌을 것이고, 이후 세대들에겐 간접적으로밖에 경험할 수 밖에 없었던 거장을 직접 만나는 새로운 체험이었을 것이다. 제임스는 그들 모두를 통칭해 “메탈리카 가족”이라고 불렀다. 확실히, 가족의 유대감과도 같은 끈끈한 무언가가 공연장 안팎에 소리로, 동작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뛰어난 록음악은 유행과 시대와 세대를 뛰어 넘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 힘과 음악가의 열정이 더해져 생겨난 공연장의 유대감은 축제를 주도할 수 있는 힘을 지닌다. 이것은 메탈리카와 신중현이 공유하고 있는 강점이었다. 시티브레이크의 마지막 무대에서 우리는 그것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Writer 김 영혁

 

회사원 자격으로 음반을 소개하는 일을 꽤 오랫동안 했다. 레코드를 좋아해서 레코드페어를 시작했고,

공연을 좋아해서 공연 기획을 시작했으며,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서 오래 다니던 회사를 관뒀으나 여전히 중심은 음악이다.

주로 음악에 관한 글을 쓰지만 유일한 저서는 부업인 까페창업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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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란 바로 이런 것이다! Iggy and The Stooges

 

그간 '펑크 록의 대부'라는 뻔한 수식어로 보통 이기 팝, 그리고 스투지스를 설명해 왔지만 비로소 이번 내한을 통해 이들은 과연 어떻게 펑크 록의 대부가 될수 있었는지를 온몸으로 증명했다. 일단은 공연시작 직전 이들은 장내에 마일스 데이비스의 걸작 ‘Bitches Brew’를 틀어놓았다. 비록 라이브가 아닌 음반이지만 이런 혼란스러운 재즈 레코드를 드넓은 잠실 벌에서 들을 수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개인적으로는 꽤나 특별했던 것 같다.

 

 

  


 


스투지스의 쇼는 언제나 그렇듯 ‘Raw Power’로 맹렬하게 시작했다. 이후 올 초에 발매된 스투지스의 신보 “Ready to Die”의 두 곡을 연이어 부르면서 이기 팝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마이크 줄로 목감기를 시전했고, 색소폰 즉흥솔로가 두드러진 ‘1970’에서부터는 생수를 자신의 긴 머리위로 연이어 퍼부었다. 이는 마치 펑크록 대부가 자신, 그리고 펑크 록에게 세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아예 주저앉아서 ‘Search and Destroy’를 완창한후 이기 팝은 관객들에게 "F**king Thank You"를 연발한다. 다른 멤버들의 활약 또한 두드러졌다. 색소폰 주자는 이따금씩 부두스틱을 연주하기도 했으며, ‘Fun House’의 즉흥연주가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엔 팀에 가장 늦게 합류한 미넛츠맨 출신의 마이크 와츠가 이빨로 베이스 줄을 물어 뜯은 후 베이스 앰프 캐비넷에 마치 성행위를 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이기 팝 역시 ‘Beyond the Law’를 부를 때 구석에 위치한 PA에 느긋하게 기대어 침 좀 뱉으면서 노래를 이어갔다. 그리고는 서서히 바지벨트마저 풀기 시작하면서 관객들을 위협했다. 과연 로큰롤 짐승들답다.

 

 

 

 

그리고 시작된 스투지스 최고의 히트넘버 ‘I Wanna Be Your Dog’에서 사람들의 떼창을 유도했지만 원곡과는 달리 이기 팝이 "I Wanna Be"를 선창하는 것을 사람들이 그대로 따라 부르면서 이상한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나중에는 떼창은 안 시키고 다 부르면서 바닥에 구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기 팝은 곡 시작 전부터 개처럼 짖었거늘. 엄지손가락을 빨면서 부른 ‘No Fun’, 걸죽하게 소화해낸 솔로시절 곡 ‘Passenger’, 앞에 있는 여자에게 예쁘다면서 지옥으로 가야 한다고 사악하게 웃어 젖혔던 ‘Your Pretty Face Is Going to Hell’ 등 공연 내내 일반적인 공연장에서는 볼 수 없는 흥미진진한 광경들이 이어졌다. 항상 그렇듯 ‘Louie Louie’ 커버를 마지막으로 퇴장한 이후 표범가죽 잠바를 입고 돌아와 앵콜 ‘Penetration’를 열창했다. 이 곡에서 이기 팝은 "나는 살아있다(I'm alive)"고 쉴새 없이 외쳐대며 마이크 스탠드를 바닥에 내리찍었다. 그랬다. 그는 확실히 살아있는 인간 화석이었다. 이건 결코 비유법이 아니다.

 

 

관객과의 호응도가 높았던 Limp Bizkit

 

 

 

 

이젠 악동 치곤 꽤나 나이를 먹은 림프 비즈킷은 엔니오 모리꼬네의 진중한 서부극 테마 “석양의 무법자”를 인트로로 깔고 무대 위로 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타리스트 웨스 볼랜드는 기괴한 풀 메이크업에 뾰족한 잭슨 플라잉 V 기타를 들고 나왔고 프레드 더스트 또한 빨간 모자에 눈이 아플 정도로 진한 형광색 반바지를 입고 나오면서 악동스러움을 강조했다. 아무튼 시작부터 자신들 최대의 히트넘버 ‘Rollin`’으로 분위기를 달궈낸 이후 관객들에게 너와 내가 약간 미쳤지만 이건 큰 문제가 아니라면서 ‘My Generation’, ‘Nookie’ 등을 이어나갔다. 특히 ‘Nookie’의 간주 중에는 아예 관객석으로 내려오는데 그 무렵 마이크로 관객들의 소리가 다 들어가버리면서 약간 웃기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이들은 자신들의 공연을 콘서트가 아닌 파티라 명명했다. 그리고는 다음날 메탈리카를 의식해서인지 ‘Master of Puppets’, ‘One’, ‘Welcome Home (Sanitarium)’ 등을 잠깐씩 연주하다가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 그리고 RATM의 ‘Killing in the Name’과 더 후의 ‘Behind Blue Eyes’ 등을 커버해 나갔다. 셋리스트 중 거의 절반이 남의 노래였던 셈인데 결국 이들의 명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조지 마이클의 ‘Faith’로써 끝장을 보게 된다. ‘Faith’ 시에는 여성들을 무대 위로 올려내면서 광란의 도가니를 만들어내기도 했고, ‘Take a Look Around’의 고조되는 부분에서는 관객들을 앉혔다가 갑자기 뛰게끔 만들면서 진풍경을 연출해내기도 했다.

 

 

 

 

'대한민국'도 외치고, 불고기도 좋아한다면서 한국사람들은 훌륭한 영혼을 지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건 립서비스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림프 비즈킷은 이번 무대에서도 여전히 어떻게 놀아야 하는 건지에 대해 확실히 알려주고 내려갔다. 마지막 곡 ‘Break Stuff’ 이후에는 밴드의 생각이었는지 비지스의 ‘Stayin' Alive’를 장내에 틀어놓으면서 공연을 마무리 지었다. 나이는 40줄이지만 여전히 악동이었다.

 

 

넘치는 재치, 드라마틱하면서도 파워풀했던 Muse

 

 

 

 

매 내한공연마다 화제를 몰고 다니는 영국의 국가대표 밴드 뮤즈는 이번에도 자신들의 명성을 한국 팬들에게 재확인시켜냈다. 거친 리프로 시작하는 첫 곡 ‘Supremacy’ 이후 중계모니터가 흑백으로 전환되면서 ‘Supermassive Black Hole’을, 그리고 ‘Bliss’의 경우 매튜 밸라미의 기타에 장착된 카오스 패드로 현란한 솔로 연주를 보여주면서 진중함과 기상천외함을 오가는 퍼포먼스를 피부로 체감하게끔 유도했다. "한국에 다시 와서 좋아요"라는 꽤나긴 한글 멘트 이후 매튜 밸라미는 마치 지미 헨드릭스인 냥 대한민국 애국가를 기타솔로로 연주해냈다. 그가 한국을 좋아한다는 이유 이외에도 굳이 이 연주의 의미를 찾아보자면 광복절이 지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언제나 그랬지만 곡의 앞과 뒤에 기존에 존재하는 다른 밴드들의 유명한 리프들을 차용하는 재치 또한 뮤즈 공연의 재미요소였다. ‘Hysteria’의 뒤에는 에어로스미스의 ‘Sweet Emotion’의 리프를 붙여내기도 했고 ‘Plug in Baby’의 막바지 부분에는 건즈 앤 로지즈의 ‘Sweet Child O' Mine’의 기타리프를 들을 수 있었다. 일전 림프 비즈킷이 RATM을 커버했는데 뮤즈의 경우에도 각각 ‘Hyper Music’ 뒤에 ‘Township Rebellion’을, 그리고 ‘Stockholm Syndrome’ 앞에는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을, 뒤에는 ‘Freedom’을 이어 붙여내면서 록 팬들을 자극했다. 오아시스의 ‘Cigarettes & Alcohol’의 리프 이후에는 수많은 이들의 떼창으로 연결됐던 ‘Time is Running Out’을 부르기도 했다.

 


분홍색 화면과 함께 전개된 ‘Plug in Baby’, 레이저 쇼가 두드러진 ‘Follow Me’, 그리고 이따금씩 자신이 따로 제작한듯한 신기한 금속재질의 앰프를 돌리면서 격정적인 퍼포먼스를 전개해냈다. ‘Madness’를 열창할 당시 썼던 선글라스 또한 인상적이었는데 이후 그는 ‘Starlight’을 부르다가 아래로 내려와서 관객으로부터 화려한 안경 하나를 빼앗아 쓰고 노래 부르기도 했다. ‘Stockholm Syndrome’의 분할화면 배경영상 또한 혼란스럽지만 멋진 볼거리를 제공했다. 1부가 끝난 이후 도망치는 사람들의 영상과 함께 흐르는 ‘The 2nd Law: Isolated System’ 또한 긴 여운을 남겼다.

 

 

 


 

 

밴드의 베이시스트 크리스토퍼 볼첸홈이 메인 보컬을 담당한 곡 ‘Liquid State’ 또한 특별한 시간을 마련해준다. 크리스의 경우 2010년 내한 당시처럼 ‘Knights of Cydonia’ 시작 이전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에 흐르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하모니카맨 테마를 직접 하모니카로 연주해내면서 어떤 운치와 비장미를 동시에 풍겨내는 역할 또한 완수해내기도 했다.

 

 

 

 

앵콜 이후 그루브감 넘치는 ‘Uprising’을 연주할 무렵 매튜 밸라미는 기타솔로 도중 허리를 과하게 돌리면서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으며, 피아노에 앉아 곡을 시작한 2012 런던 올림픽 주제가 ‘Survival’로 웅장하게 쇼를 완결 지어냈다. 사람 크기보다 큰 로보트(이름은 찰스라고 한다)가 등장할 무렵 뮤즈는 덥스텝 풍의 연주 곡 ‘The 2nd Law: Unsustainable’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공연의 마지막 곡 ‘Knights of Cydonia’에서는 관객들이 가사가 아닌 메인 리프까지 떼창해내는 진풍경을 연출해내면서 과연 뮤즈의 공연답다는 생각을 갖게끔 만들었다.

 

 

 


 

 

"사랑해요 서울"을 마지막으로 뮤즈는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그들이 떠난 직후 장내에는 리차드 치즈가 시스템 오브 어 다운의 히트곡 ‘Chop Suey!’을 재즈로 커버한 노래가 유쾌하게 흘렀다. 이 농담 같은 커버버전은 마치 뮤즈의 호화스러운 극강의 엔터테인먼트 쇼가 한여름 밤의 꿈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 마저 갖게끔 만들었다. 현실 같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꿈도 아니었다. 이렇게 우리는 종종 현실 속에서 꿈같은 무대, 혹은 공연을 경험하게 되곤 한다. 드물고 귀한 일이다.

 

 


 Writer. 한 상철

 

불싸조라는 밴드에서 기타를 치며 이런저런 글을 쓰고 있다. 취미는 피구와 우표수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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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메탈리카(Metallica), 뮤즈(Muse), 이기 앤드 더 스투지스(Iggy and The Stooges), 라이즈 어게인스트(Rise Against) 등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 CITYBREAK 라인업이 화려하다. 이번 CITYBREAK 무대에 오르는 뮤지션이 아니라, 팬의 입장에서 볼 때 누구의 공연이 가장 흥미로울 것 같은가?

 

 

 

 

스케줄이 허락한다면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다양한 밴드의 공연을 보고 싶다. 이번 시티브레이크 라인업은 정말 대단하다. 사실 이런 라인업을 구성했다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다. 이런 굉장한 밴드들과 함께 무대에 선다는 것에 매우 감사하고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밴드로서 이번 페스티벌 무대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라이브 뮤직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다양한 뮤지션들과 한국 관객들이 함께하는 모습을 자유롭게 보며 즐기고 싶다.

 

Q. 데뷔 이후 거의 20년간 전 세계를 돌며 공연했고 한국도 지금까지 두 번이나 방문했다. 지난 두 번의 공연에 관한 추억이 있다면 말해달라.

 

지난 내한을 통해 경험한 한국은 우리에게 매우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특히, 공연장에서 느낀 관객들의 열의와 열정, 함께 참여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뜨거운 에너지, 소름 끼칠 만큼 대단했던 떼창, 월드컵 응원, 객석 중간중간 보이던 태극기 등을 매우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번 CITYBREAK 공연 제의를 받았을 땐 (마지막 내한 후)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여서 조금 놀랐지만 매우 반가웠고 기뻤다. 그동안 그리워했던 한국을 비롯해 다른 아시아 지역을 다시 방문하게 되어 매우 기대된다. 한국과 같이 우리 음악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팬들이 있는 곳에서의 공연은 언제나 짜릿하고 흥분되는 일이다.

 

Q. 한국을 방문하는 록 밴드가 공연 외 시간에 한국의 문화를 어떻게 즐겼는지에 관한 뒷얘기를 듣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다. 림프 비즈킷은 어떤가? 좋아하는 한국음식이나 특별했던 경험이 있었나?

 

공연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늘 빠듯한 일정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도심 속에 있는 호텔주변에 머물렀다. 그런데 이곳에서 본 출퇴근 시간 차들로 꽉 막힌 한국 도로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또 한 가지는 길거리에서 너무나 많이 보이던 던킨 도너츠 매장. 믿기지 않을 정도의 수많은 던킨 도너츠, 스타벅스 매장에 정말 깜짝 놀랐다. 아, 한 번은 블랙마켓에 가서 가짜 롤렉스 시계를 구매하기도 했었다. (웃음)

 

Q. 이번 CITYBREAK 참여 전후로 시간이 있다면 한국에서 특별히 경험하고 싶은 게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음식을 제대로 먹어보거나, 한국의 전통 건축물들을 구경하고 싶다. 아름다운 한국 여성분들과도 만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웃음) 한국처럼 오랜 역사와 문화가 존재하는 곳을 방문한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이번 방문을 통해 오랜 한국 친구들을 만나고 또 새로운 한국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Q. 데뷔 이후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음악을 해올 수 있었던 비결은?

 

열정이다(“Simply, it’s passion.”). 1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우리들은 음악에 대한 끊임없는 욕구와 열망이 있다. 아마도 우리에게 음악만큼 삶에서 느끼는 공허함을 채울 수 있는 열정과 희열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림프 비즈킷이 도달한 이 지점에서는 더 이상 돈이나 대중의 인기가 음악을 계속하는데 이유가 되지 못한다. 오랜 시간 음악을 해왔지만 지금도 우리가 그토록 열망하는 게 바로 음악이고, 이것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감사한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식는 순간 림프 비즈킷도 미련 없이 멈출 것이다.  

 

Q. 다른 밴드와 차별화되는 림프 비즈킷만의 독특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림프 비즈킷의 시그니처 사운드라고 생각하는 곡이 있다면 말해달라.

 

네 명의 전혀 다른 사람들이 스튜디오에 모여 무아지경으로 연주하던 그 음악이 바로 ‘림프 비즈킷 사운드’가 되어버렸고, 우리 음악에서 사람들이 그런 자유롭고 거짓 없는 사운드를 느낄 수 있길 바란다.

 

림프 비즈킷적인 사운드가 가장 잘 나타난 곡을 고르라면 아마 ‘Take A Look Around’인 것 같다. 이 곡은 세상 속에서 우리를 둘러싼 부정적인 존재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결국 삶의 한 부분임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노래한다. 또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부정적인 것에만 주목하고 반응하는지, 또 그로 인해 사물과 이치에 대해 얼마큼 왜곡된 시각을 갖게 되는지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우리가 음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다양한 메시지가 두루 들어가 있는 이 곡은 헤비 록적인 요소와 urban sound가 절묘하게 공존하고 있어 가장 림프 비즈킷적인 곡이 아닐까 생각한다.

 

Q. 림프 비즈킷을 기다리는 한국 팬들을 위해 준비한 특별 퍼포먼스가 있나? 그리고 한국 팬들이 공연 중에 림프 비즈킷을 위해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의 공연을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계기’로 생각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긍정적이면서도 열정적으로 공연을 즐겨줬으면 좋겠다. 8월 17일까지 가능한 많은 에너지를 모아서 공연장에 모두 쏟아부으면 될 것 같다. 화끈하고 열정적이었던 지난 한국 공연들보다 더 기억에 남을 만한 최고의 록 공연을 기대한다! (“Greatest Rock Show Ever!”)

 

Q. 앨범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앨범 작업에서 멤버 각각이 담당하는 파트나 역할에 대해 설명해달라.

 

솔직함과 진정성(Honesty and sincerity)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처음 녹음 작업을 시작하게 되면 우리 사이에서도 뭔가 서로 간의 호흡이 무르익는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이 시점을 지나 우리 스스로를 음악 그 자체에 놓아버리고 더 높은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완전한 인내를 가지고 임해야 한다. 앨범 작업은 매우 유기적으로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되는데, 멤버 모두가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서로 영감을 나누면서 작업해나간다.

 

Q. 밴드의 공연을 보고 있으면 가장 화려하면서도 가장 괴이한 모습을 하고 있는 멤버 웨스 볼랜드가 인상적이다. 항상 이 독특한 페이스페인팅과 보디페인팅을 유지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Limp Bizkit

 

 

처음에는 투어 이동시간에 찾아오는 무료함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림프 비즈킷 무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발전했다. 웨스가 매번 놀랄 만큼 위협적이고 멋진 의상과 메이크업을 어떻게 고안해내는지 우리들도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지만 단 한 번도 나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웃음)

 

Q. 'Faith'가 수록된 데뷔 앨범 "Three Dollar Bill Y'all"과 'Nookie'가 수록된 2집 "Significant Other"의 연속적인 성공으로 인해 뉴 메탈은 대중적인 음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고 림프 비즈킷은 콘과 더불어 이 장르를 대표하는 밴드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성공을 예상했는가? 그리고 이러한 성공의 원인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는가? 뉴 메탈 장르만의 매력이 있다면?

 

이 같은 성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음악에 대한 우리의 맹목적인 열정 말고는 당시 우리가 시도하고 만들었던 ‘그 무언가’가 그토록 큰 성공으로 돌아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초기 밴드 활동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에게 우리 음악을 라이브로 들려줄 수 있는 공연의 기회를 갖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으니까. 첫 공연에 찾아와준 30여명의 친구들이 어느새 몇 십 명, 몇 백 명의 관객으로 늘어났고, 얼마 후 수만 명의 관중 앞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최고의 음악 페스티벌에서 오늘날까지 우리를 초대한다거나,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뮤직 씬에서 우리 같은 밴드를 찾을 수 없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멤버들끼리 가끔 “이 모든 게 정말 진짠가?”하고 서로 물어볼 때도 있다. 마치 누군가가 던진 말도 안 되는 농담처럼 우리가 이룬 성공이 지금도 쉽게 믿겨지지 않는다.

 

처음 뉴 메탈이라는 장르를 알고 밴드의 음악적 방향을 선정한 것은 아니다. 멤버들 중 그 누구도 뉴메탈을 일부러 찾아 듣거나 특별히 선호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우리 네 명이 스튜디오에 모여 연주하기 시작했을 때 탄생한 사운드가 바로 여러분이 알고 있는 림프 비즈킷의 사운드였고, 거기에 어떤 논리를 들어 왜 그러한 사운드가 탄생되었는지 설명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물론 당시 활동하던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콘(Korn), 데프톤즈(Deftones)같은 밴드들이 뭔가 새로운 사운드를 제시하긴 했지만 우리 스스로가 그와 비슷한 사운드를 내려고 일부러 의식하고 노력했던 것은 아니었다. 밴드 활동을 하면서 우리도 음악적인 변화에 대해 고민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림프 비즈킷이라는 밴드만이 낼 수 있는 고유의 사운드, 우리가 초기에 창조한 바로 그 사운드로 돌아오게 됐다. 새로운 음악적 시도는 솔로활동을 통해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밴드로서는 우리가 처음 ‘뽑아낸’ 림프 비즈킷 스타일을 고수하게 되는 것 같다.

 

Q. 최근 릴 웨인(Lil Wayne)과 함께 "Ready To Go"를 발표했고, 조만간 일곱 번째 앨범 "Stampede of the Disco Elephants"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알고 있다. 차기 앨범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달라.

 

릴 웨인과의 만남은 정말 굉장한 일이다. 릴 웨인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뮤지션이고, 대중들이 잘 모를 수도 있지만 헤비 록 뮤직과 그 문화에 대해 깜짝 놀랄만한 애착을 가진 친구다. 그가 이끌고 있는 레이블인 캐시 머니(Cash Money)에 합류하면서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를 뛰어넘어 가족이라는 개념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게 되어 매우 만족스럽다. 앞으로 우리가 하고자 하는 림프 비즈킷의 음악을 그 어떤 경계나 제한 없이 마음껏 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

 

새 앨범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애초에 계획했었던 올해 늦여름 무렵 발매 계획을 좀 더 연기해 내년 초에 EP 형식으로 먼저 공개하게 될 것 같다.

 

Q. 솔직히 림프 비즈킷을 생각하면 빠지지 않고 떠오르는 것이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디스 열전’이다. 당신에게 ‘디스’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혹은 왜 디스를 하는가?)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과거에는 그러한 공격에 보다 감정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면 지금은 우리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음악을 하는 것에 있어서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인지 시간이 흐르면서 보다 명확하게 알게 된 데 따른 것이다. 뮤지션들도 인간이기에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잘못된 선택을 내릴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로부터 과연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지금은 이런 것들에 개의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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